오래전 홍상수 감독의 어떤 작품 언론시사회를 다녀온 뒤 호된 비판을 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나온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하는 그의 끝없는 자기 복제가 지나쳤다고 봤기 때문이다. 적어도 돈을 받고 상영하는 상업 영화 감독이라면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작품을 다시 본다면 그렇게 비판하지 않을 것 같다. 어느덧 자기 복제는 그의 색깔이 돼버렸다. 이제는 망하든 흥하든, 우디 앨런처럼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의 9번째 작품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자기 복제는 여전하다. 심지어 김태우, 고현정 등 그의 전작들에서 등장한 배우들도 계속 출연한다. 이 작품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영화감독이 자신의 선후배들을 만나면서 벌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