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해숙 8

도둑들

방송가 은어 중에 '쪼(조)가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오래 방송을 하다 보면 그 사람만의 어투나 동작 등 특징이 굳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좋게 표현해 스타일화 하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만의 '쪼'가 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에 이어 이번 '도둑들'(2012년)까지 그가 연출한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그만의 특징이 보인다. 마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처럼 여러 명의 스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정신없이 돌아친다. 대사도 김수현 드라마처럼 관객이 미처 생각할 틈 없이 아귀가 딱딱 맞는 얘기를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특히 주인공들의 팀웍은 강한 자를 몰아치는데 집중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적당한 반전도 연출한다. 히치콕이나 알트만 스타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선 작품들이 흥행하면서 최 ..

영화 2012.07.28

박쥐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은 워낙 이색적인 소재를 좋아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이한 이야기보다는 좀 더 자극적이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판타지를 추구한다. '박쥐'(2010년)는 그런 그의 특성이 잘 묻어난 작품이다. 흡혈귀가 돼버린 성직자가 밤마다 피를 찾아 헤메는 것도 아이러니하지만 그 속에서 신의 용서를 갈구한다는 것도 특이하다. 하지만 감독의 특성에 부합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흡혈귀라는 이질적인 소재 만큼이나 거리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나마 복수 3부작은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정말 박 감독이 머리 속에서 그려낸 판타지 세계에 빠져들지 않으면 공감하기 힘든 작품이다. 피를 갈구하는 성직자, 성적 욕망에 몸부림치는 유부녀, 한옥에서 즐기는 마작 등 이 ..

박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그런 작품이다. 박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공동경비구역 JSA' 등 전작들에서 보여준 연출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칸 영화제 진출 소식과 박 감독이 스스로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갈리겠지만 전작들에서 보여준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짜임새 있는 화면 구성 등을 이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쓰리'도 그랬지만, 약간 비현실적인 판타지풍이 박 감독과 잘 안맞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는 철저한 이중성을 이야기한다. 성직자이면서 악마의 상징인 흡혈귀로 살아가는 남자와 성적 욕망에 몸부림치..

영화 200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