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더스틴 호프만 9

쿵푸팬더 (블루레이)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쿵푸팬더'(Kung Fu Panda, 2008년)는 보편적 진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마크 오스본, 존 스티븐슨 감독이 동물들의 입을 빌려 주장하는 것은 '꿈을 위해 노력하라, 노력하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보편적 진리다. 당연한 얘기를 지루하지 않도록 동물들이 펼치는 아기자기한 쿵푸 속에 재미있게 녹여넣은 것은 제작진의 공로다. 특히 호랑이, 사마귀, 뱀, 원숭이, 학 등 다양한 동물들을 통해 쿵푸의 특성을 잘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그래픽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회색털이 드문드문 섞인 팬더의 털이 하늘하늘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은 마치 실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만큼 컴퓨터 그래픽이 정교하고 세밀하다. 여기에 화려한 색감까지 더..

향수

톰 튀크베어 감독의 '향수'(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년)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유명한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영화화한 이 작품의 묘미는 원작에서 느낄 수 없는 섬세한 영상이다. 톰 튀크베어 감독은 18세기 프랑스의 모습을 유화처럼 은은하며 깊이있는 영상으로 묘사했다. 특히 바다처럼 펼쳐지는 보라색 라벤더 들판이나 청회색 톤이 지배하는 빈민가 거리 등 극과 극을 치닫는 배경을 집요하며 느린 카메라 워크로 아름답게 보여준다. 제목과 달리 섬뜩한 이야기를 재현한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특히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25명의 여인들을 죽인 희대의 살인마 장 그루누이를 연기한 벤 위쇼는 이 역할을 위해 태어난 것..

딕 트레이시

워렌 비티(Warren Beaty)가 감독, 주연한 '딕 트레이시'(Dick Tracy, 1990년)는 보고 나면 현란한 색깔만 기억난다. 체스터 굴드의 만화를 필름에 담은 이 작품은 만화를 각색한 작품답게 온통 그림 같은 풍경들로 가득하다. 현실세계에서 볼 수 없는 기이한 몰골의 인물들, 마찬가지로 만화책에나 어울릴 법한 찬란한 원색의 의상들이 물결친다. 반면 내용은 없다. 도시를 장악하려는 악당과 맞서는 형사 딕 트레이시의 활약이 줄거리지만 너무나 뻔한 이야기 전개와 빈약한 에피소드, 싱거운 인물 관계는 영화를 도식적인 틀 안에 가둬버리고 말았다. 알록달록한 그림만 보고 말게 아니라면 상영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지는 영화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

어둠의 표적(Straw dogs)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유명작 'Straw dogs'(1971년)가 국내에는 '어둠의 표적'이라는 희한한 제목의 DVD 타이틀과 비디오테이프로 나왔다. 이 작품은 사회가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는 페킨파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미국에서 아내의 고향 영국으로 이사를 온 수학자 데이비드(더스틴 호프만 Dustin Hoffman)는 이방인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낯선 시선에 당혹스러워한다. 조용한 성격의 학자답게 그들과 잘 지내보려 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급기야 그는 마을 청년들의 꼬임에 속아 사냥을 나갔다가 사냥터에 혼자 남게 되고, 그 사이 데이비드의 집을 찾아간 청년들은 데이비드의 아내 에이미(수잔 조지 Susan George)를 윤간한다. 이를 모르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