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감독의 '베스트셀러'는 미스터리보다 괴기물에 가깝다. 얼개는 추리 소설의 형태를 따라가지만 내용은 '전설의 고향' 같은 괴담이다. 그만큼 이야기의 전개에 관심을 끌게 하는 요소가 있지만, 너무 늘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와 분위기로 긴장감을 몰아가려는 의도였겠지만 유장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관객의 진을 빼놓는다. 그렇다보니 후반부에 급격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전반부와 반대로 비약이 심하다. 관객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야기의 해결을 위해 너무 무리하고 급격하게 진행시켰다는 느낌이다. 결국 논리적 전개에 구멍이 뚫리다보니 미스터리의 지적 유희를 놓치고 괴담으로만 치닫고 말았다. 그렇다고 괴담이 아주 몸서리쳐질 만큼 무서운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미스터리도 아니요 괴담도 아닌 어정쩡한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