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리메이크 11

여름날 우리(블루레이)

후회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중국의 한텐 감독이 만든 '여름날 우리'(你的婚礼, 2021년)는 이를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이석근 감독의 2018년 작품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했다. 박보영과 김영광이 주연했던 '너의 결혼식'은 사랑하면서도 한 번의 실수로 엇갈린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뤘다. 이를 다시 만든 이 작품은 내용이 '너의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교 수영선수인 저우샤오치(쉬광한)는 전학 온 여학생 요우용츠(장약남)를 보고 반해서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저우샤오치에게 요우용츠는 삶의 동기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요우용츠가 나온 대학 사진을 보고 필사적으로 공부해 같은 대학에 진학한다. 심지어 저우샤오치는 인생이 걸린 중요한 수영마저도 포기할 정도로 요..

페임(블루레이, 리메이크작)

1980년에 나온 '페임'은 아이린 카라의 너무나 유명한 노래와 걸출한 알란 파커 감독의 훌륭한 연출이 조화를 이룬 뛰어난 작품이다. 따라서 리메이크작을 만든다면 원작의 명성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케빈 탄차로엔 감독의 리메이크작 '페임'(Fame, 2009은)은 그런 점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원작보다 나은 노래들과 명장을 뛰어넘는 연출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메이크작은 잘못 도전장을 던졌다. 노래나 연출, 배우들의 연기, 영상 등 어느 것 하나 원작을 넘어서지 못했다. 내용은 원작과 동일한 뉴욕 예고생들의 성공을 향한 열정과 노력, 눈물과 아픔을 담았다. 배우들 외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대상을 반영해 음악들이 랩과 힙합을 가미한 점이다.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

천년호

한 켠에 쌓아 둔 DVD 타이틀 속에서 이광훈 감독의 '천년호'(2003년)를 발견했다. 아마 제작사에서 받아 놓고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다. 제목만 보면 신상옥 감독이 1969년에 만든 동명의 공포물이 생각 난다. 당시 신 감독의 '천년호'는 시체스 영화제에서 황금감독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신라 진성여왕이 짝사랑한 장수를 차지하기 위해 그의 부인을 성 밖으로 내쫓아 호수에 빠져 죽게 만드는데, 여기에 천년 묵은 여우의 원혼이 씌워 복수하는 내용이다. 이 감독의 '천년호'는 바로 신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이 감독은 한국의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인 천년호를 고대 전설이 깃든 판타지물로 슬쩍 바꿨다. 우선 천년 묵은 여우를 뜻하는 원작의 제목을 천년 묵은 호수를 ..

로보캅 (리메이크작, 블루레이)

흑백TV 시절, 주말이면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던지고 즐겨 보던 낮 방송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600만불의 사나이'와 사촌 격인 '소머즈'다. 리 메이저스와 린제이 와그너를 스타로 만든 두 작품은 사고로 신체 일부를 기계로 바꾼 사이보그 얘기다. '뚜뚜뚜뚜' 거리는 특수 효과음과 함께 그들이 발휘하는 엄청난 능력은 동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 바람에 600만불 사나이를 쫓아서 높은 데서 뛰어내리다 다쳐서 병원에 실려간 아이들 이야기가 간간히 신문에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두 프로그램은 당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인기의 비결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 누구나 부러워하는 능력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리 메이저스가 연기한 '600만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

토탈 리콜 (블루레이, 리메이크작)

렌 와이즈먼 감독이 다시 만든 '토탈 리콜'(Total Recall, 2012년)이 폴 바호벤 감독의 오리지널 영화(http://wolfpack.tistory.com/entry/토탈-리콜-블루레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주인공이 화성에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화성에 찾아가 그곳에서 억눌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되찾아주는 내용은 어두운 미래의 지구에서 벌어지는 저항군과 빅 브라더같은 정부군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와이즈먼 감독이 무대를 바꾼 이유는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역시 주인공이 화성에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원작이 그렇더라도 폴 바호벤의 오리지널 영화가 준 인상이 워낙 강렬해 달라진 공간이 어색하다. 오히려 폴 바호벤 감독이 시공간을 적절하게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