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문소리 7

하하하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허허롭다. 영화 중간 어디서나 끊어도 이야기 전개에 지장이 없는 내러티브는 도대체 스토리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헷갈린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은 '하하하'도 마찬가지. 캐나다로 떠나기 앞서 선배와 등산을 간 주인공이 청계산 중턱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영화는 주거니 받거니 건네는 술잔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오가며 진행된다. 화자의 관점은 둘이지만, 사실 그 둘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같은 내용이다. 공교롭게 같은 기간 통영에 머문 두 사람은 서로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같은 주변인물들을 공유하며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것. 그렇게 같은 사건이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것 또한 세상살이의 묘미요, 다양성의 ..

영화 2010.06.1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1등을 고집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 세상에서 2등은 곧 루저요, 패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2등의 이야기로 1등 못지 않은 꿈과 희망, 감동을 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핸드볼팀은 2등이었지만 위대한 루저였다. 핸드볼이 발붙일 곳 없는 척박한 토양에서 살림과 운동을 함께 하며 신화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고단한 삶이, 신산스런 나날이 영화를 보는 동안 절로 한숨이 나오고 지치게 만든다. 어찌보면 그래서 1등이 더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저렇게까지 해서 얻는게 무엇인가. 영화속에서는 실업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는데도 불구하고 팀이 해체되면서 초등학교 핸드볼팀으로 옮겨간 어느 감독의 입을 빌어 이..

영화 2008.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