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서극 9

영웅본색2 (블루레이)

서극과 오우삼은 '영웅본색'의 성공에 힘입어 속편을 만든다. 전편처럼 서극이 제작하고 오우삼이 감독을 맡은 '영웅본색2'(1987년)는 황당하고 빈약한 줄거리를 피가 철철 흘러 넘치는 폭력으로 메운다. 제작진은 전편에서 크게 인기를 끈 주윤발의 부재를 아쉬워해 전편 말미에 죽은 주윤발을 쌍둥이 동생이라는 황당한 설정으로 부활시킨다. 되살아난 주윤발을 중심으로 전편의 주인공 적룡과 장국영이 다시 뭉쳐 과거의 동지를 배신한 적의 소굴로 쳐들어 간다. 세 명의 안티 히어로들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적들을 향해 무수한 총알 세례를 퍼붓는 것도 부족해 수류탄까지 집어 던지며 전쟁을 치르다시피 한다. 그만큼 전작에 비해 폭력의 스케일이 커졌고 홍콩 뿐 아니라 미국 뉴욕까지 오가며 무대를 넓혔다. 피 칠갑이 된 ..

영웅본색 (블루레이)

비디오테이프가 주름잡던 1980년대는 '영웅본색'의 시대였다. 그 말은 곧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에 가면 진열대 한쪽이 제목도 비슷한 홍콩 영화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의리에 죽고 사는 젊은 갱들의 이야기로, 내용과 구성이 비슷했다. 차이는 얼마나 멋있게 싸우고 얼마나 멋있게 죽느냐였다. 그런 폼생폼사의 시대를 열어젖힌 작품이 서극이 제작하고 오우삼이 감독한 '영웅본색'(1986년)이다. 내용은 동료를 배신하고 권력을 잡은 악당 조직 두목을 세 남자가 목숨을 걸고 응징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 이전에 코미디로 일관했던 오우삼 감독은 마치 군무를 보는 듯 느리게 진행되는 슬로 모션 액션과 칼처럼 휘두르는 쌍권총 등 그만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정립..

첩혈쌍웅(블루레이)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The Killer, 1989년)은 소위 오우삼 스타일의 집대성이자 최종 완성본이다. 이 작품에는 흰 비둘기, 쌍권총, 휘날리는 긴 코트자락, 슬로모션으로 재현되는 느린 액션, 성당 등 그의 상징처럼 쓰이는 각종 아이콘들이 모두 등장한다. 이런 아이콘들이 현란한 총격전과 어우러져 나름대로 스타일리시한 액션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홍콩 느와르는 정점에 선 이 작품 이후 쇠퇴기로 접어든다. 남자들의 우정과 복수라는 천편일률적인 주제에 기대다보니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액션 밖에 없는데, '첩혈쌍웅'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액션을 다 드러냈기 때문.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홍콩 느와르의 영광과 쇠락을 함께하는 아이러니컬한 작품이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1980년대에 대한..

칠검 (오리지널 무삭제판)

서극(徐克) 감독의 '칠검'(七劍, 2005년)은 "액션은 볼 만 하지만 이야기가 재미없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본 영화다. 대체 얼마나 못 만들었길래 저런 소리들이 나올까 궁금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절대 혹평을 들을 만큼 못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관객들은 내러티브, 즉 줄거리를 우선 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기덕, 이명세 등 줄거리보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감독들은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한다. 서극도 마찬가지다. 그의 작품 중 재미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촉산전' '황비홍' 등은 국내 팬들의 환영을 받은 반면 '칠검'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칠검'의 주인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