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애니메이션 174

공각기동대(블루레이)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1995년)를 처음 봤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뇌(電腦), 인형사 등 단어부터 생소했고 주인공인 쿠사나기 모토코의 정체도 쉽게 파악이 되지 않았다. 로봇인지 사람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마지막 결말을 보면 유령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만큼 모호한 존재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다분히 실존주의 철학의 냄새마저 강하게 풍기는 작품이었다. 너는 누구인가, 실존주의적인 질문을 던지다 이 작품이 등장한 1995년은 국내에 인터넷 조차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1994년 국내 최초의 민간 인터넷 업체인 아이네트가 등장해서 이메일 계정을 판매했지만 사람들은 무엇에 쓰는 것인지 몰랐다. 여전히 모뎀을 이용해 PC통신을..

스파이 지니어스(4K 블루레이)

닉 브루노와 트로이 콴 감독이 공동 감독한 '스파이 지니어스'(Spies in Disguise, 2019년)는 제목 그대로 스파이 액션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내용을 보면 애니메이션 아니라면 만들 수 없는 작품이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미국 정보기관의 스파이들 명단을 훔쳐간 악당을 막기 위해 애쓰는 스파이 랜스(윌 스미스)의 이야기다. 명단을 가져가 미국의 스파이들을 모두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는 악당은 과거에 랜스에게 혹독하게 당했던 구원(舊怨)이 있다. 랜스는 007과 제이슨 본을 능가하는 실력을 지닌 슈퍼맨급 스파이다. 혼자서 수십 명 악당을 때려눕히는 것은 일도 아닌 영웅인데 공교롭게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악당 때문에 명단 유출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거꾸로 몸 담았던 정보기관에게 쫓기게 된다. ..

101마리 달마시안(블루레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서 변화를 초래한 기념비적 작품들이 몇 편 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디즈니뿐 아니라 영화 사상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었고, '신데렐라'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영난을 겪던 디즈니를 살린 작품이다. 극장용 멀티 사운드 시스템 개발의 계기가 된 '환타지아'는 흥행에 실패해 월트 디즈니가 작품을 고를 때 흥행을 우선하도록 만들었고, '레이디와 트램프'는 디즈니가 자체 배급사인 브에나비스타의 설립 계기가 됐다. 멀티 플레인 기술을 처음 개발해 적용한 '밤비'는 애니메이션에 3차원 원근법을 도입하게 된 최초의 작품이었고, 나중에 드림웍스를 설립한 제프리 카젠버그가 영입돼 만든 '인어공주'는 1980년대 부서 폐쇄까지 심각하게 고려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알린 작품이다..

겨울왕국2(블루레이)

크리스 벅과 제니퍼 리가 공동 감독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Frozen 2, 2019년)는 전편에서 수수께끼로 남아있던 질문들을 다루고 있다. 전편은 엘사가 어떻게 마법을 부리게 됐는지, 엘사와 안나 자매의 부모인 왕과 왕비를 실은 침몰선은 어디로 향한 배였는지 갖가지 수수께끼들을 남겨 놓았다. 결국 이런 수수께끼의 귀결점은 엘사의 정체로 모아진다. 이번 작품은 엘사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속편이자 프리퀄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엘사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이 곧 부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어떻게 만나서 결혼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갖가지 사건들이 결국 엘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게 된 과거는 곧 겨울왕국에 닥친 시련을 ..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4K 블루레이)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2018년)는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깜찍한 도발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외하고 언제나 혼자서 고군분투하던 스파이더맨이 여러 명의 스파이더맨 동료들을 만나 함께 악당들을 물리치는 설정은 초영웅 시리즈에 대한 판타지적인 해석이다. 같은 성격의 초영웅 여러 명이 존재하는 설정은 스파이더맨에서는 가능하다. 슈퍼맨, 배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나 원더우먼 등 다른 영웅들은 초자연적 특성을 갖고 태어나거나 아니면 각자의 연구를 통해 오로지 하나만 존재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거미에게 물려 특수 능력을 갖게 된 만큼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바로 그 점이 스파이더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