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감독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2008년)는 산드라 블록이 출연한 할리우드의 로맨스 무비와 제목만 같은 대책없는 코미디 물이다. 술만 마셨다하면 필름이 끊기는 유진(예지원)은 어느날 술자리 직후 호텔에서 깨어난다. 같이 밤을 보낸 남자는 온데간데 없고 스위트룸과 고급 와인값이 포함된 240만원이 넘는 계산서만 남아있다. 그때부터 유진은 계산서만 남기고 달아난 남자 색출에 나선다. 본격적인 코미디를 표망했지만 이야기가 참 어정쩡하다. 김 감독 말마따나 세상 모든 영화가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황당하고 억지스러워 공감대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 여배우가 김지수에서 예지원으로 바뀌고 감독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에서부터 영화가 흔들렸을 수 있다. 예지원이 대책없이 망가지고 탁재훈이 뜻밖에 진지한 연기를 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