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유지태 8

뚝방전설

조범구 감독의 '뚝방전설'은 뚝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동네 양아치들 이야기다. 그러나 흔한 깡패 영화로 몰아붙이기에는 색깔이 좀 다르다. 조 감독이 바라본 청춘시절의 폭력은 두려움과 허망함으로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기존 깡패영화 주인공처럼 멋진 활약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처참하게 맞고 깨지면서 주인공답지 않게 살려달라며 눈물을 흘린다. 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간절하게 삶을 희구하는 모습에서 영웅의 환상이 여지없이 깨진다. 결국 영화는 주먹으로 쌓아올린 전설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이야기 한다. 그처럼 냉소적이고 비판적으로 폭력을 그렸기 때문에 영화는 현실감이 있다. 현실을 바탕으로 청춘 시절을 밀도있게 그린 조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2.35 대 1 애너모픽 ..

야수 (감독판)

'야수'(2005년)의 감독판 DVD는 극장 개봉시 삭제된 20여분 가량이 추가됐다. 덕분에 이야기가 한결 윤택해지고 장면 전환이 매끄럽다. 극장판의 경우, 장면 전개가 지나치게 건너뛰는 부분이 많아서 비약이 심하다보니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감정과잉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감독판은 충분한 설명 덕분에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둘러싼 전후맥락이 분명하게 이해된다. 신인감독 김성수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권력에 길들여지지 않는 야수같은 두 남자의 처절한 인생사를 다루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거머쥔 악당에 맞서는 형사와 검사의 처절한 싸움은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그다지 끌리는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의 흡입력도 떨어지고 메시지 부각을 위해 홍콩 느와르처럼 내용을 과장하다보니 ..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년)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어 복수 3부작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유괴범의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여인(이영애)이 출소 후 원래 범인(최민식)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흔치 않은 소재와 충격적 영상들로 점철돼 있다.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갈등의 극단적 충돌과 폭발이다. 주인공들은 보통의 경우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복수극을 펼친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갈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킨 부분도 있지만 박 감독은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부각시킨다. 이 같은 방법은 영상 표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 작품 속 이영애의 모습. 금자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