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유해진 13

타짜 신의 손(블루레이)

강형철 감독의 '타짜 신의 손'(2014년)은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년) 후속작이다. 8년 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허영만 화백의 4부작 시리즈 '타짜' 가운데 2부인 '신의 손'을 원작으로 한다. 전작에서는 고니가 아귀, 편경장 등 대단한 화투 고수들과 얽혀 인생 노름을 펼치는데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고니의 조카인 대길이 삼촌 못지 않은 신의 손으로 등극하는 과정을 다뤘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속이는 화투판 노름이 결국 피를 부르는 복수극으로 이어지는 설정은 전작과 같다. 다른 점이라면 색다른 배역들과 자잘한 에피소드들이다. 차별화 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이 두 가지인데, 그 중에서 배역만 놓고 보면 전작에 비해 손해를 봤다. 전작에서는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등 쟁쟁한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

베테랑 (블루레이)

정의감에 불타는 외골수 형사가 못되먹은 재벌 2세를 혼내주는 내용의 류승완 감독 작품 '베테랑'(2015년)을 보면 대뜸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2010년 맷값 폭행으로 유명한 최철원 당시 SK M&M 대표 사건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인 최 전 대표는 인수한 업체의 탱크로리 기사가 화물연대 노조 탈퇴를 하지 않고 버티자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준 뒤 폭행죄로 구속됐다. 이후 최 전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 났다. 공교롭게 영화 속 회사는 이니셜도 SK와 비슷하고 이동통신 계열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애써 얘기하지 않아도 대번 최 전 대표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비단 최 전 대표 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곳곳에 재벌가에 얽힌 '그랬다더라' 식 사..

트럭

시체를 가득 실은 트럭에 올라탄 연쇄살인마.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체를 실어나르는 트럭 운전사와 살기 위해 도망치는 연쇄살인마의 위험한 동행이라는 설정은 '트럭'(2007년)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범상치 않은 설정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 반쪽이 보이는 표지에 반해 작품을 선택했다면 후회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성긴 설정이다. 누구나 그럴 법 하다며 고개를 끄덕일 만한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연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될 뿐이다. 이는 지나치게 설명을 생략하고 작위적인 내용으로 채운 권형진 감독의 연출을 탓할 수 밖에 없다. 느닷없는 룸살롱의 살인극이나 시체더미에 실린 여자가 죽지 않은 이유, 아이의 ..

부당거래 (블루레이)

오늘 신임 권재진 법무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내정됐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보다 한 수 위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검찰이 일부이긴 하지만 수사권을 내놓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에 밀렸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그만큼 양 측의 해묵은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힘든 과제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부당거래'(2010년)는 요즘 검경의 암투를 보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검찰, 경찰, 언론 등 소위 권력의 부정부패를 다뤘다. 공교롭게 지난해 터진 스폰서 검사 사건처럼 자본의 비호를 받는 검찰, 폭력조직과 유착해 없는 범인을 날조하는 경찰, 뇌물을 받고 한쪽에 치우친 기사를 쓰는 언론 등 썩은 내가 진동하는 세계를 ..

공공의 적 1-1 강철중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1-1 강철중'(2008년)은 제목이 보여주듯 1편의 인기에 기댄 작품이다. 전작에 좌충우돌 막무가내 형사로 인기를 끈 강철중(설경구)은 물론이고 엄 반장(강신일), 무식해서 웃음을 줬던 산수(이문식), 전문 칼잡이 용만(유해진) 등이 그대로 등장한다. 그런데 제목과 배역만 빌려왔을 뿐 재미까지 가져오는데는 실패했다. 전작에서 폭죽처럼 터졌던 웃음은 사그라들었고, 천인공노할 악역에 대한 공분도 희석됐다. 전작은 탄탄한 드라마 덕분에 웃음이 터지는 코미디이면서도 적당한 스릴러의 구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전작의 분위기만 흉내냈을 뿐 스릴러하고는 거리가 멀다. 경찰서에 찾아온 범인과의 대면, 시체실 부검, 오밤중 결투까지 전작을 너무 흉내냈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