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연걸 10

익스펜더블 (블루레이)

실베스터 스탤론, 1946년생. 한 손으로 기관총을 들고 갈기던 '람보', 우직한 맷집으로 상대의 소나기같은 주먹을 견뎌낸 뒤 "아드리안"을 외치던 '록키'가 올해 66세가 됐다. 그의 풋풋한 청춘을 영화로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록키'(1976년)를 개봉한 지 벌써 36년이 됐고, '람보'(1982년)를 개봉한 지 30년이 지났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하고 수명이 길어져 환갑이 넘어도 건강하지만, 청춘은 아니다. 스탤론이 감독, 주연하고 각본까지 쓴 '익스펜더블'(The Expendables, 2010년)을 보면 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는 여전히 불거진 근육을 과시하며 총을 휘두르지만 눈에 띄게 늘어난 주름은 어쩔 수 없다. 스탤론 뿐 아니라 함께 출연한 이연걸, 돌프 룬드그렌, 믹키 루크, 브루..

미이라3 (블루레이)

롭 코헨 감독의 '미이라3 황제의 무덤'(The Mummy: Tomb of The Dragon Emperor, 2008년)은 제목에서 '미이라'를 빼는게 더 나았다. 굳이 '미이라'를 고집하는 바람에 전작에서 쌓아온 기대치가 그대로 이어져 실망도 컸다. 이 작품은 제목과 브랜든 프레이저, 존 한나를 제외하고는 전작에서 이어지는게 아무것도 없다. 장소도 미이라와 전혀 상관없는 중국이고, 심지어 주인공의 부인마저 엉뚱한 여배우로 바뀌었다. 특히 진시황을 미이라로 둔갑시킨 것은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제작진은 나름대로 중국 문화를 존중했다고 주장하지만, 진시황을 악마처럼 묘사했으니 진시황에 대해 저주를 퍼부은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이라'를 고집한 것은 전작의 인기에 기대어 흥행을 노린 제작진의 상..

명장

진가신 감독의 '명장'(The Warlords, 2007년)은 무협영화가 아니다. 형태는 무술 영화의 틀을 따랐지만 본질은 전쟁터에서 피어난 남녀의 사랑과 의리를 다룬 드라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진 감독은 '첨밀밀' '금지옥엽' 등 주로 러브 스토리를 찍었다. '명장'은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무협영화다. 진 감독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았기에 초식에 의존한 정통 무술보다는 전쟁터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실전 격투기에 초점을 맞췄다. 액션은 '영웅' '연인' 등에서 현란한 무술 연출을 선보인 유명한 정소동 무술 감독이 맡았기에, 박진감 넘친다. 여기에 '울트라 바이올렛' '황비홍' 등을 촬영한 황악태 촬영 감독이 카메라를 잡았고,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등 중화권을 대표하는 세 배우가 주연을 맡아서 영..

무인 곽원갑

곽원갑은 1868년부터 1910년까지 중국에 실존했던 무도인이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무예인 곽가권을 익힌 그는 "나라가 강해지려면 국민들이 무술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각기 흩어져 있던 무예 파벌을 규합해 정무체조회를 만든다. 이를 고깝게 여긴 일본의 무술인 10명이 찾아와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곽원갑에게 패한다. 여기 앙심을 품은 일본인들은 그를 대접한다는 명분으로 독을 탄 음식을 먹여 독살한다. 그의 나이 42세였다. 우인태 감독이 만든 '무인 곽원갑'(Fearless, 2006년)은 실존인물인 곽원갑을 주인공으로 만든 무협영화지만 사실과 많은 부분이 다르다. 주인공 이름과 몇 가지 사실만 빌려왔을 뿐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초반과 막판 대결 등은 모두 만든 이야기다. 하지만 역사 영화가 아닌 만큼 ..

더 독

이소룡이 위대한 전설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끝까지 그의 아우라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맹룡과강' '당산대형' '정무문' '사망유희' 등 홍콩에서 촬영한 작품은 물론이고 미국 제작사에서 만든 '용쟁호투'에서도 특유의 괴조음과 비장미 넘치는 무술 영웅의 이미지를 유지했다. 그는 모든 작품에서 팬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았고 한 번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환경이 달라진다고 옷을 갈아입으면 자신의 색깔을 잃고 만다. 특히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일 경우 더욱 추해 보인다. 루이스 레테리어(Louis Leterrier) 감독의 '더 독'(Unleashed, 2005년)은 무술 스타 이연걸(李连杰)을 구겨진 걸레처럼 더 할 수 없이 초라하게 만든 작품이다. 그의 액션은 변함없이 화려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