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고 늦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죽음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명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알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는 죽음을 기다리는 한 남자의 평온한 일상을 그렸다. 그의 일상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옛 추억을 그리워하며 아련한 사랑을 한다. 다만 죽음이 예정돼 있다는 것만 다를 뿐. 그래서 그의 일상은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마루에 앉아서 발톱을 깎고, 가족과 수박을 먹으며 마당에 씨를 뱉어내고 연인과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평범하고 소소한 우리네 일상이 한없는 무게감으로 다가 온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을 이토록 큰 의미 부여와 함께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