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인도 10

라이프 오브 파이 (블루레이)

영화는 기술을 통해 진화한다. 문학이나 음악 무용과 같은 순수 예술과 달리 영화는 광학, 컴퓨터그래픽 등 산업기술의 발달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년)다. 이 작품에 나오는 호랑이를 보면 실제 호랑이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호랑이를 구별하기 힘들 만큼 똑같다. 오죽했으면 이 작품에서 호랑이 조련을 맡은 티에리 르포르티에 조차 실물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올올이 일어선 털들과 인광을 뿜어내는 눈빛, 역동적인 움직임까지 참으로 정교하다. '스타워즈' 에 등장하는 로봇이나 괴물처럼 가상의 존재인 경우 비교할 실물이 없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기상천외한 존재를 만들 수 있겠지만 이 작품처럼 실물이 존..

공모자들 (블루레이)

1999년 2주간 다녀온 인도 출장과 관련해 소름끼치는 기억이 하나 있다. 당시 주인도 한국대사는 국빈 대접을 받으며 방문한 한국 기자단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때 들려준 충격적인 이야기가 바로 인도의 심각한 인신매매 실태였다.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는 여성들의 경우 매매춘, 남성들의 경우 장기 적출용으로 이뤄진단다. 대사는 실제로 인도 방문 몇 달 전 한국에서 고시 합격한 대학생이 인도에 배낭여행을 갔다가 장기를 적출당한 시체로 발견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한국에서는 대서특필될 일이지만 인도는 워낙 사고가 많다보니 시체가 발견되도 기사 한 줄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다. 김홍선 감독의 '공모자들'(2012년)은 바로 무시무시한 장기밀매자들에 대한 영화다..

세 얼간이

1999년 인도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우리별3호라는 인공위성을 인도 로켓에 실어 인도에서 발사했는데 이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가기 전에는 신비한 나라로 알려진 인도에 대한 호기심으로 설레었는데, 당시 출장은 인도에 대한 기대를 모두 날려 버렸다. 푹푹 찌는 더위와 목숨을 위협하는 무질서 및 질병, 엄청난 계급차별의 벽은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로켓을 쏘아올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만 낳았다. 당시 인도의 한국대사관은 기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하며 글로 옮기기 힘든 인도 생활의 애환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다음날 직접 눈으로 본 인신매매된 세계 각국 여성들이 모여있는 집창촌은 충격이었다. 세계문화유산인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아그라에 갔을 때에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아그라에서 고용한 현지 가이드는 ..

본 아이덴티티 & 본 슈프리머시 (본 박스세트)

더그 라이먼(Doug Liman이 감독한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2002년)는 스파이 액션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CIA 비밀공작원으로 활동하던 본(맷 데이먼 Matt Damon)이 작전중 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뒤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본의 기억이 세상에 알려지면 곤란한 사건과 얽혀있어 CIA에서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뒤를 밟는다. 비록 본은 기억을 잃었지만 살인 무기로 훈련받은 싸움기술은 본능처럼 몸에 남아있어 혼자서 많은 적들을 물리치며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같은 절묘한 추리 게임과 긴박한 액션, 자동차 추격씬이 얽혀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의외로 액션에 안 어울릴 것..

007 옥토퍼시

13번째 007 시리즈 '옥토퍼시'(Octopussy, 1983년)는 액션과 첩보가 적절히 결합돼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그만큼 볼거리와 액션이 많아 재미있고 이야기 진행도 흥미진진하다. 존 글렌(John Glen)이 감독한 이번 작품은 유럽에서 미군의 실수로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위장해 미군을 철수하게 만든 뒤 전쟁을 일으키려는 구 소련의 미치광이 장군을 막는 007(로저 무어 Roger Moore)의 활약을 다뤘다. 여기에 문어 문신을 갖고 있는 여성이 이끄는 집단이 가세하며 볼거리가 대폭 늘어난다. 개봉당시 007 역할을 은퇴한 숀 코네리가 다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번외작품 '네버세이 네버어게인'과 동시에 붙어 관심을 끌었는데 로저 무어의 '옥터퍼시'가 흥행과 비평에서 앞서며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