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은 공통점이 있다. 어디로 도망칠 곳 없는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다룬다는 것. 토니 스콧 감독의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1995년)도 예외가 아니다. 러시아 내전 때문에 출동한 미 핵잠수함에서 핵 미사일 발사를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에 초점을 맞춘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적의 제압을 최우선으로 두는 함장과 최대한 전쟁 발발 상황을 피하려는 부함장 간의 불꽃튀는 심리전이다. 이를 진 핵크만, 덴젤 워싱턴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뛰어난 연기로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덕분에 요란한 전투 장면 없이도 상영 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그만큼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