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 카이거 감독의 '무극'(The Promise, 2005년)은 참으로 망극지통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동양식 판타지를 표방한 이 작품은 시대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국가에서 운명으로 얽힌 4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대결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경극에 나올법한 중국식 갑옷과 중국어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 시대와 역사성, 지역성을 상실한 채 표류한다. 볼거리도 마찬가지다. 황당한 만화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은 실사 촬영과 이질감이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로 어색하고 치졸하다. 액션 또한 '와호장룡'의 시원한 와이어 액션, '영웅'과 '연인'에서 본 호쾌한 결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단조롭다. 오히려 3류 무협영화만도 못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동건, 장백지, 사나다 히로유키 등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