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전지현 10

도둑들 (블루레이)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은 특징이 있다. 숨 쉴 틈 없이 속도감있게 몰아치는 이야기 전개와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대사, 그리고 여러 명의 배우들이 떼를 지어 출연하는 스타 캐스팅이다. '도둑들'(2012년)도 예외가 아니다. 홍콩 마카오 부산을 오가며 10명의 도둑들이 300억원대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내용이다. 전지현 김혜수 이정재 김윤석 등 최고의 스타들이 씹던 껌, 펩시, 예니콜 등 재기발랄한 별명과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퍼즐같은 대사를 속사포처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마치 김수현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불과 서너 작품 만에 이런 스타일을 만들었으니 최 감독은 좋게 보면 자기 주관이 분명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벌써 자신의 틀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 지 우려된다. 소위 방송..

도둑들

방송가 은어 중에 '쪼(조)가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오래 방송을 하다 보면 그 사람만의 어투나 동작 등 특징이 굳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좋게 표현해 스타일화 하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만의 '쪼'가 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에 이어 이번 '도둑들'(2012년)까지 그가 연출한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그만의 특징이 보인다. 마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처럼 여러 명의 스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정신없이 돌아친다. 대사도 김수현 드라마처럼 관객이 미처 생각할 틈 없이 아귀가 딱딱 맞는 얘기를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특히 주인공들의 팀웍은 강한 자를 몰아치는데 집중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적당한 반전도 연출한다. 히치콕이나 알트만 스타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선 작품들이 흥행하면서 최 ..

영화 2012.07.28

데이지 (감독판)

곽재용 감독이 극본을 쓰고 '무간도'를 만든 유위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이지'(2006년)는 장편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다. 이야기는 엉성하지만 촬영감독 출신의 유위강이 잡아낸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류의 연애소설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여인을 둘러싸고 살인청부업자와 국제경찰인 두 남자의 엇갈린 사랑이 비극으로 치닫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 펼쳐지는 영상만큼은 감탄이 나올 만큼 깔끔하게 잘 찍었다. 특히 '화양연화'에서 가슴을 아리게했던 음악을 만든 우메바야시 시게루가 담당한 음악이 영상과 아주 잘 어울렸다. DVD는 20분 가량 추가된 감독판과 극장판을 모두 수록했다. 그런데 감독판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시월애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뜻의 '시월애'(2000년)는 영상이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색을 중시하는 이현승 감독답게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장면들이 그림 같다. 내용은 집 앞에 세워놓은 우체통을 통해 1998년에 사는 남자 성현(이정재)과 2000년에 사는 여자 은주(전지현)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 틔우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뒤가 궁금해 끝까지 보게 만드는 줄거리도 완성도가 높고 물 위에 떠있는 섬처럼 표현된 집이 꿈같은 영상을 만들었다. 여기 출연한 이정재는 영화 속 집 이름인 '일 마레'에 반해 똑같은 이름의 카페를 만들었다. 그러나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아름다운 그림을 제대로 못 살렸다. 불과 5년 전 작품인데도 마치 50년 지난 작품처럼 색..

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4인용 식탁'(2003년). 다른 사람의 과거를 알아낼 수 있는 여자와 귀신을 본 남자가 만나는 심리 미스터리물이다. 공포물에 처음 도전한 박신양과 엽기녀 이미지에서 탈피를 시도한 전지현이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귀신이나 잔혹한 장면 없이 공포감을 주는 시도는 좋았으나 산만한 구성과 미흡한 설명 때문에 난해한 작품이 돼 버렸다. 보고 나면 더위를 날려버리는 공포보다 찝찝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특히 쓸데없이 과도한 음량으로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잡스러운 장난이 불쾌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무난하다. 실버 리텐션 처리된 화면은 그라인더로 곱게 갈아낸 것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돌비 디지털 5.1과 DTS를 지원하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