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경호 7

별빛속으로

황규덕 감독의 '별빛속으로'(2007년)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배어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다보면 197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의 정서가 물씬 풍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교련복. 젖소처럼 흰색 바탕에 검은 점이 얼룩덜룩 찍힌 교련복은 정작 학창시절에 그렇게 입기 싫었는데, 지나고 나서 영화로 보니 추억으로 다가온다. 고교시절 교복자율화가 진행되면서 교복을 안입게 됐는데, 교련복은 변함없이 입었다. 지금도 수업시간에 교련을 하는 지 모르겠지만, 1980년대에는 모형 총을 들고 제식훈련을 받았다. 교련 수업이 있는 날이면 가방이 미어터지게 교련복과 베레모, 각반을 싸들고 학교를 갔다. 어찌나 무겁던지, 입고가면 낳았을텐데 학교에서는 교련복을 입고 등하교를 못하게 했다. 대학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폭력써클 (SE)

박기형 감독의 '폭력써클'은 코 끝에서 피비랜내가 확 올라오는 느낌의 영화다. 폭력에 대한 고찰이 상당히 빼어난 수작으로, 결코 정제되거나 다듬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분노를 담은 폭력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단계적으로 점증하는 분노의 폭발을 설득력있게 잘 묘사했다. 영화는 고등학교 아이들이 축구를 하기 위해 만든 서클이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폭력조직으로 몰리면서 아이들 또한 폭력의 한복판에 던져지는 내용이다. 모범생인 주인공은 불량배들에게 친구가 맞아 부상을 당하거나 죽으면서 결국 야수같은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박 감독은 독특하게도 느와르풍 영화에 클래식을 얹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뜻보면 어색할 것 같지만 오히려 영상과 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내며 폭력의 잔혹함을 극명하게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