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은 워낙 이색적인 소재를 좋아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이한 이야기보다는 좀 더 자극적이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판타지를 추구한다. '박쥐'(2010년)는 그런 그의 특성이 잘 묻어난 작품이다. 흡혈귀가 돼버린 성직자가 밤마다 피를 찾아 헤메는 것도 아이러니하지만 그 속에서 신의 용서를 갈구한다는 것도 특이하다. 하지만 감독의 특성에 부합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흡혈귀라는 이질적인 소재 만큼이나 거리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나마 복수 3부작은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정말 박 감독이 머리 속에서 그려낸 판타지 세계에 빠져들지 않으면 공감하기 힘든 작품이다. 피를 갈구하는 성직자, 성적 욕망에 몸부림치는 유부녀, 한옥에서 즐기는 마작 등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