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칸노 요코 7

메모리즈 (블루레이)

저패니메이션 '메모리즈'(Memories, 1995년)가 블루레이 타이틀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극장 개봉도 10여년이 지난 지난해 11월에 뒤늦게 했고, DVD 조차 아예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블루레이 타이틀로 나오다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갑다. 특별히 이 작품이 더 반가운 이유는 오래전 봤던 조잡한 비디오 테이프 때문이다.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이어서 국내서 이 작품을 구하기 힘들었던 1990년대 후반, 일본 애니메이션을 아주 좋아했던 친구가 복사해 준 비디오테이프에 이 작품이 들어 있었다. 일본 LD를 카피한 것으로 알려진 복제 비디오테이프는 화질이 매우 열악했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재미있는 소재와 그림, 음악이 어우러져 새로운 신세계를 열어준 느낌이었다. 그동안 좋..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천국의 문(슈퍼비트)

'카우보이 비밥'은 참 묘한 작품이다. 적당히 유머러스하며 적당히 폭력적이고, 적당히 나른하다. 마치 명랑만화와 액션만화, 여기에 록비트 음악이 섞인 꼴이다. 어찌보면 느와르같고, 어찌보면 '블레이드 런너'처럼 세기말의 허무함을 담은 SF같은 이 작품은 사실 이 모든 장르의 매력만 따서 모은 퓨전 애니메이션이다. 처음 TV시리즈를 봤을 때에는 '루팡 3세'를 연상케 하는 쿨한 그림에 빠졌고, 두 번째 DVD로 다시 봤을 때에는 칸노 요코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다양한 음악에 반했고, 세 번째 봤을 때는 내용에 빨려들었다. 그만큼 여러 번 되풀이해봐도 볼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만든 극장판 장편인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또한 기대가 컸다. 여전히 훌륭한 그림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