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코엔 형제 13

사랑해 파리

20명의 영화감독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이유는 한가지, 사랑의 도시 파리를 찬미하기 위해서다. 면면들도 쟁쟁하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더 차다, '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파고'의 코엔 형제, '화양연화'를 찍은 크리스토퍼 도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폰소 쿠아론,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등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이 모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구 가운데 한 곳을 골라서 5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 2006년)다. 개성강한 감독들이 모이다 보니 각 편의 이야기도 다양하다. 흡혈귀의 사랑부터 중년..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코엔 형제는 그동안 작품들로 미뤄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냉소적이다. '파고' '레이디킬러' '밀러스 크로싱'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등 여러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죽을 고생을 하고, 아니 심지어 죽기까지 하면서도 늘 빈 손이다. 세상이 이들의 작품 같다면 참 살기 힘들 것 같다. 어찌 보면 머리 굴리지 말고 정직하게 살라는 얘기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선량한 사람들마저 골탕 먹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조엘 코엔(Joel Coen)이 감독하고 에단 코엔(Ethan Coen)이 함께 각본을 쓰고 제작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The Man Who Wasn't There, 2001년)도 마찬가지. 촌마을 이발사(빌리 밥 손튼 Billy Bob Thornton)가 어느 날 손님에..

레이디 킬러

에단(Ethan)과 조엘 코엔(Joel Coen) 형제의 영화는 대부분 그렇듯, 웃음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황당함과 안타까움이 있다. '레이디 킬러'(LadyKillers, 2004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쭙잖게 모인 5명의 사나이가 뜻밖의 상황 때문에 차례로 사라지는 이야기는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죽는 게 장난이냐는 항변이 터져 나올 법도 한데, 코엔 형제의 비틀기식 이야기에 익숙해 그런 지 그러려니 하게 된다. 모처럼 유쾌하게 본 작품이다. 10월 1일 국내 출시될 DVD 타이틀을 미리 보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아주 뛰어난 화질을 갖췄다. 황색 톤의 색감도 잘 살렸고 세부 묘사 또한 섬세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