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1980년대 중, 고등학교에서 시험이 끝나면 단체로 극장에 영화 관람을 갔다. 고맙게도 우리 학교는 고 3도 예외가 아니었다. 햇볕 따뜻한 1985년 5월, 중간고사 후 단체 관람 영화는 '머나먼 다리'였다. 소싯적에 단체로 졸며 봤던 기억이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다른 길로 샜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단성사와 피카디리가 마주 보고 있던 종로 3가다. 당시 피카디리에서는 잭 니콜슨이 등장하는 마피아 영화 '프리찌스 오너'를 했고, 건너편 단성사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사내가 나오는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1984년)를 상영했다. 그때 터미네이터는 수개월째 장기 상영 중이었지만 정보에 어두웠던 우리는 잭 니콜슨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무척이나 졸린 '프리찌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