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터미네이터 7

터미네이터(블루레이)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1980년대 중, 고등학교에서 시험이 끝나면 단체로 극장에 영화 관람을 갔다. 고맙게도 우리 학교는 고 3도 예외가 아니었다. 햇볕 따뜻한 1985년 5월, 중간고사 후 단체 관람 영화는 '머나먼 다리'였다. 소싯적에 단체로 졸며 봤던 기억이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다른 길로 샜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단성사와 피카디리가 마주 보고 있던 종로 3가다. 당시 피카디리에서는 잭 니콜슨이 등장하는 마피아 영화 '프리찌스 오너'를 했고, 건너편 단성사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사내가 나오는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1984년)를 상영했다. 그때 터미네이터는 수개월째 장기 상영 중이었지만 정보에 어두웠던 우리는 잭 니콜슨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무척이나 졸린 '프리찌스 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람보'와 '록키'가 실베스터 스탤론의 대명사였듯이 '코만도'와 '터미네이터'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상징하는 대명사다. 그만큼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아놀드가 빠지면 팥 없는 찐빵이다. 맥지 감독이 만든 터미네이터 4번째 시리즈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Terminator Salvation, 2009년)이 그 꼴이 됐다. 아놀드가 나오지 않을 뿐더러(영화 후반 등장하는 아놀드 모습은 특수 분장을 한 대역이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물질문명에 경도된 인간을 준엄하게 질타하는 메시지도 사라졌다. 팥 대신 찐빵을 채운 것은 화면 가득 요란하게 때려부수는 액션 뿐이다. '미녀 삼총사' 시리즈를 감독한 맥지 답게 이번 작품은 활극에 초점을 맞췄다. 터미네이터와 사라 코너의 자리는 크리스찬 베일과 샘 워싱턴이..

영화 200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