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폴 뉴먼 8

로드 투 퍼디션 (블루레이)

오래 전 영화 '친구'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의 사무실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다른 영화 준비중인 그의 책상에 외국 영화 잡지가 한 권 놓여 있었다. 펼쳐진 책 페이지에 노인이 뷰파인더를 들고 바지를 걷은 채 물에 서 있는 사진이 있었다. 누굴까. 황 감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콘래드 홀 촬영 감독이라고 알려줬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사진이 바로 유작이 된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2002년) 촬영 중에 찍은 것이었다. 로드 투 퍼디션. 맥스 앨런 콜린스와 리차드 레이너의 그래픽 노블을 샘 멘더스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모자를 정도로 아주 서정적인 아메리칸 느와르다. 갱이 판치던 1920년대 미국. 오래도록 갱단에 몸담았던 사내가 아들을 지키기..

존 라세티 감독의 '카'(Cars', 2006년)는 가장 미국적인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이다. 픽사 창립 20주년 및 디즈니와 합병한 첫 작품으로 내놓은 이 애니메이션은 의인화한 자동차를 통해 미국인들의 자동차 사랑을 보여준다. 신출내기 경주용 자동차가 어느 한적한 마을에 잠시 머물면서 겪은 일들을 통해 인생은 목표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내용이다. 존 라세티는 진부한 이야기를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뛰어난 그래픽으로 뛰어넘었다. 펄이 섞여서 반짝거리는 금속성 차체 질감을 실제처럼 표현했다. 여기에 실제 66번 국도 답사를 통해 재현한 배경 묘사도 상당히 뛰어나다. 목소리 연기도 오웬 윌슨, 폴 뉴먼, 마이클 키튼 등 쟁쟁한 배우들이 맡았다. 마리오 안드레티, 마이클 슈마허 등 실제 유명 ..

내일을 향해 쏴라 (SE)

조지 로이 힐 감독의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년)는 참으로 독특한 서부극이다. 실화를 소재로 다룬 이 작품은 은행을 터는 악당이면서도 결코 밉지 않은 주인공들이 등장해 웃음과 안타까움, 통쾌함을 선사한다. 버디물이자, 안티 히어로물이면서 서부극판 느와르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비슷하다. 두 작품 모두 반전과 평화를 외치던 히피 정신이 미국 사회를 휘젓던 무렵에 제작됐다. 그만큼 영화에는 반항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그런지 학창시절 TV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황금콤비가 빚어내는 완벽한 연기, BJ 토머스의 더 할 수 없이 흥겨운 주제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