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6

마지막 사랑 - 무삭제판

결혼 10년차 부부에게 찾아오는 권태. 서로 너무나 사랑하지만, 상대에게 익숙하다보니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자극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 여행을 떠난다. 부부의 여행길에 부잣집 청년이 동행하고, 이상한 모자지간을 만나면서 그들의 여행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마지막 사랑'(The Sheltering Sky, 1990년)은 거장들이 모여서 만든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변화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을 즐기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지옥의 묵시록'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마지막 황제' 등을 찍은 빗토리오 스토라로가 촬영을,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맡았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부부의 여정을 좇아 펼쳐..

섹스 이즈 코메디

프랑스의 여류 감독 카트린느 브레야는 국내에서 성애 영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오해 때문에 작품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노골적이고 야한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고, 저속한 작품을 멀리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발견일 수 있다. 성에 대한 진솔한 접근 때문에 그의 영화는 실제로 일반 영화보다 야하다. 성기 노출은 물론이고 직접적인 성 행위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은 성을 직설 화법으로 다루면서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위선과 편견을 들춰내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섹스 이즈 코메디'(Sex Is Comedy, 2002년)도 마찬가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성인 영화를 찍는 감독과 배우들이다. 감독은 배우들을 벗기려 들고, 배우들은 벗지 않으려..

스틸링 뷰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스틸링 뷰티'(Stealing Beauty, 1996년)는 우리나라에서 '미녀 훔치기'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어머니가 한때 머물렀던 이탈리아의 투스카니 지방을 찾은 한 미국 여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내용이다. 어머니의 젊은 날을 쫓아 친부를 찾는 이야기는 뮤지컬영화 '맘마미아'를 닮기도 했다. 더불어 주인공 여성은 어머니의 과거를 발판으로 자신도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갖는다. 제목이 말해주듯 관음증적인 측면도 있어 창문이나 방문 너머로 여성을 잡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남성들의 집요한 시선을 표현했다. 카메라를 잡은 인물은 '세븐' '패닉룸' 등을 찍은 유명한 다리우스 콘지. 영상은 DVD의 한계 때문에 베르톨루치 감독이나 콘지가 의도한 특징이 명확하게 살지 않아서..

혁명 전야

이탈리아가 낳은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에게 혁명은 그의 인생에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남아 있는 주제다. 로마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그가 영화감독이 된 것은 바로 유명한 파울로 파졸리니 감독 때문이다. 영화 감독이기 이전에 이탈리아 공산당원이었던 파졸리니는 베르톨루치 감독의 아버지와 친구였다. 베르톨루치 감독의 부친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명 시인이자 이탈리아 공산당의 핵심 멤버였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아 시를 곧잘 쓰고 마르크시즘에도 심취했던 베르톨루치 감독은 시집으로 문학상까지 받았지만 아버지를 뛰어넘기는 힘들다고 보고, 대학을 중퇴한 뒤 파졸리니의 조감독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영화에 눈을 뜬 베르톨루치의 두 번째 작품이 '혁명전야'(Prima Della Revoluzione, ..

몽상가들 (무삭제판)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파리의 마지막 탱고'에서 성에 대한 거침없는 욕망과 환상을 다뤘다. 그렇지만 잿빛 유리 너머로 유화처럼 번지던 영상은 저속하거나 추하지 않고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세월이 지나도 그의 감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몽상가들'(The Dreamers, 2003년)은 1968년 좌파 혁명의 소용돌이가 거세게 몰아치던 프랑스 파리에 머무는 세 젊은이들의 일상을 다뤘다. 60년대의 격동기를 영화속 주인공처럼 파리에서 겪은 베르톨루치 감독의 개인적 정서가 물씬 배어있는 이 작품은 제목처럼 꿈을 꾸듯 과거를 회상하며 그 시대를 살아간 젊은이의 욕망과 갈등, 안타까움 등을 다뤘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그 안에서 결코 정치를 논하지도, 역사의 무게를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한 시대를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