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인디언 5

론 레인저(블루레이)

어려서 TV로 본 만화영화 중에 기억나는 작품이 두 편 있다. 하나는 1970년대 흑백 TV 시절에 꽤 인기 있던 '서부 소년 차돌이'였고, 하나는 컬러 TV 방송이 시작되며 방영된 '론 레인저'였다. 쾌걸 조로처럼 복면을 한 주인공이 흰 말을 타고 다니며 벌이는 모험이 인상적인 만화영화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귀에 익은 '윌리엄 텔' 서곡을 변주한 멜로디가 흥겨웠다. 원래 론 레인저는 1933년 미국의 WXYZ 라디오 방송으로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TV 시리즈, 만화영화, 장편 극영화, 그래픽 노블 등으로 숱하게 제작됐다. 그로부터 원작 탄생 80주년이 되는 시점에 실사 영화로 다스 등장한 작품이 고어 버빈스키(Gore Verbinski) 감독의 '론 레인저'(The Lone Ranger, 2013년)..

몬태나 (블루레이)

미국 역사에서 인디언 문제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다. 인디언 보호구역을 통해 인디언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어쨌든 원주민인 그들의 땅을 빼앗고 사회 소수집단으로 소외시켜버린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영화들이 인디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어쩌면 원죄 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스콧 쿠퍼 감독의 서부극 '몬태나'(Hostiles, 2017년)도 그런 영화다. 서부극 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것이 호전적인 인디언들의 백인 습격이다. 이 영화도 처음은 그렇게 시작한다. 잔혹한 한 무리의 인디언 일단이 백인들의 말을 노리고 무참한 학살을 벌인다. 이 와중에 홀로 살아남은 한 여인이 마침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인디언 추장을 호송하는 기병대와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젖먹이 아기까..

라스트 모히칸 (블루레이)

1992년 12월 국도극장에서 개봉했던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라스트 모히칸'(The Last of The Mohicans, 1992년)을 처음 봤을 때 그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울창한 숲 속을 휙휙 날며 사슴을 사냥하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모습과 다른 인디언 부족에게 끌려간 여인을 되찾기 위해 총을 들고 달려가던 모습, 그리고 마지막 처절한 벼랑 끝 싸움. 그 위로 흐르던 트레버 존스와 랜디 에델만의 웅장한 음악이 어우러진 영상은 광할한 대자연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서사시였다. 어려서 계림문고 번역본으로 읽었던 '모히칸족의 최후'가 이렇게 훌륭한 내용이었던가 새삼 되짚어 보게 됐다. 작가인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는 원작 소설에서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진 7년 전쟁의 와중에 억울하게 죽어간 ..

포카혼타스 (블루레이)

약 10여일 전인 10월24일, 미국에서 한 인디언이 사망했다. 영화 '라스트 모히칸'에서 주인공 아버지로 출연하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Pocahontas, 1995년)에서 추장 목소리를 연기한 러셀 민즈다. 하지만 그는 배우이기 이전에 미국 인디언 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전사였다. 젊어서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했던 그는 나중에 인디언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73년 사우스다코타주에서 벌인 운디드니 항쟁이었다. 70일 동안 경찰과 대치한 끝에 몇 명이 죽은 이 점거 시위에서 그는 인디언 대변인을 맡아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미국 프로스포츠팀에 인디언 명칭이나 마스코트 사용 중단을 처음 요구한 인물이기도 하다. 1987년 대선 때 포르노 잡지 를 ..

돌아오지 않는 강 (블루레이)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 1954년)은 섹시 심벌 마릴린 먼로가 나오는 이색 서부극이다. 왠지 서부극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먼로가 술집을 떠도는 가수 역으로 등장해 극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야기는 배신과 복수, 돈과 여인이 얽히는 정통 서부극의 본류를 충실히 따른다. 진짜인지 아닌 지 영화는 끝까지 설명을 하지 않지만 금광 소유권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도박꾼은 여인과 자신을 구해준 은인마저 배신하고 저 혼자 잘 살자고 떠나간다. 이를 주인공이 여인과 함께 찾아가서 혼내주는 내용이다. 액션도 정통 서부극처럼 우직하다. 스파게티웨스턴이나 요즘 액션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싱거울 수 있지만 억센 팔뚝 하나에 의지해 그레코로망형 레슬링을 하듯 엎치락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