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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태나 (블루레이)

울프팩 2018. 10. 1. 00:00

미국 역사에서 인디언 문제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다.

인디언 보호구역을 통해 인디언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어쨌든 원주민인 그들의 땅을 빼앗고 사회 소수집단으로 소외시켜버린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영화들이 인디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어쩌면 원죄 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스콧 쿠퍼 감독의 서부극 '몬태나'(Hostiles, 2017년)도 그런 영화다.


서부극 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것이 호전적인 인디언들의 백인 습격이다.

이 영화도 처음은 그렇게 시작한다.


잔혹한 한 무리의 인디언 일단이 백인들의 말을 노리고 무참한 학살을 벌인다.

이 와중에 홀로 살아남은 한 여인이 마침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인디언 추장을 호송하는 기병대와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젖먹이 아기까지 인디언들에게 잃은 여성이 인디언 추장 가족과 동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성은 꿋꿋이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분노를 눌러가며 이들과 동행한다.


한때 백인 기병대를 몰살시킬 만큼 전설적 영웅이었던 인디언 추장을 그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 또한 백인 기병대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무리를 이끄는 기병대 장교는 유명한 인디언과의 전투에서 무차별 학살로 승리를 이끈 인물이다.


그런 기병대 장교와 호송 대상인 늙은 인디언 추장은 같은 전투에서 서로 피를 뿌리며 맞섰던 원수들이다.

하지만 용서와 화해를 말처럼 쉽게 하기 힘든 일단의 무리들은 결국 종착지를 향하면서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 똘똘 뭉친다.


공교롭게 공동의 적은 그들이 가진 것을 노리고 달려드는 낙오된 인디언 무리이기도 하고, 인디언들에게서 빼앗은 땅에 이방인이 끼어드는 것을 꺼려서 강제로 내쫓기 위해 총을 든 백인 부자이기도 하다.

한때 그들의 동료이자 지켜야 할 대상이 이제는 원수와 손을 맞잡고 싸워야 할 상대로 변한 것은 얄궂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화해와 화합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잘못된 과거에 대한 용서를 넘어서 이제는 그런 명분보다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안위와 평안을 위해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아무래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보니 영화는 지난하고 지루할 수 있다.

스콧 쿠퍼 감독 역시 특별히 극적인 이야기를 강조하기보다는 각각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고뇌를 이해시키기 위해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한 작품이다.

기병대 장교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과 아픔을 간직한 여인으로 나오는 로자먼드 파이크는 지치고 힘들고 외로운 역할을 호소력 있게 연기했다.


'라스트 모히컨'에서 못된 인디언으로 등장했던 웨스 스투디를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그 역시 늙은 추장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더불어 몬태나주의 일품인 자연 풍광이 조미료 같은 역할을 했다.

타키야나기 마사노부가 촬영한 몬태나주의 풍경 장면은 자연이 준 선물 같은 영상이다.


비록 이야기는 무겁고 딱딱하며 받아들이기에 힘든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훌륭한 풍광을 잘 담아낸 영상 하나만으로도 볼 만한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몬태나주의 녹색 가득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각 채널을 가득 채우며 사방에서 울리는 빗소리가 마치 숲 속 한가운데 앉아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부록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다룬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극 중 등장하는 베린저 요새는 7만 개 이상의 벽돌로 만든 세트다.

촬영은 '스포트라이트' '더 그레이' '블랙 매스' 등을 찍은 타카야나기 마사노부가 맡았다.

'라스트 모히컨'에서 주인공과 대결하던 인디언으로 등장한 웨스 스투디가 늘고 병든 인디언 추장으로 나왔다.

몬태나주의 주명은 라틴어로 산악지역이라는 뜻이다.

스콧 쿠퍼 감독은 친구인 크리스천 베일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썼다.

스콧 쿠퍼 감독은 매시브 어택의 뮤직비디오 'Voodoo in my Blood'를 보고 여기 출연한 로자먼드 파이크에 관심이 생겨 여주인공으로 섭외했다.

영화는 사건이 벌어진 시간순으로 촬영됐다.

몬태나주는 대평원이 약 60%를 차지하며 나머지 지역은 로키산맥이다.

제작진은 뉴멕시코주와 애리조나 등지에서 몬순 기간에 촬영했는데 번개 폭풍이 몰려와 촬영이 자주 중단됐다.

영화는 늙고 병든 인디언 추장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로드무비 형태로 제작됐다. 어찌 보면 화해와 용서를 위한 로드 무비다.

원래 이 작품의 원안은 각본가인 도널드 스튜어트가 써놓았다. 그러나 1999년에 그가 사망하면서 대본으로 발전되지 못하다가 그의 부인이 이사하면서 원고를 뒤늦게 발견해 영화 대본으로 발전했다.

몬태나주는 1742년 프랑스인들이 모피를 사기 위해 찾아오면서 개발됐다. 현재 주내의 인디언 보호구역에 약 3만 명의 인디언이 살고 있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거나 꾸미지 않고 거친 서부의 여인을 잘 연기했다.

영화는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과연 보호구역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한 인디언 입장에서도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진정한 화해와 용서는 백인이 아닌 인디언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스콧 쿠퍼 감독은 '블랙 매스'의 각본을 쓰고 감독했으며 '겟 로우', '브로큰 트레일' 등에서는 배우로 출연했다. '오스틴 파워'에도 단역으로 나왔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몬태나 (1Disc)
스콧 쿠퍼
몬태나 (1Disc) : 블루레이
스콧 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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