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윈드리버'(Wind River, 2017년)는 광활한 와이오밍주의 윈드리버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다.
와이오밍주는 면적이 25만 제곱킬로미터로, 약 10만 제곱킬로미터의 남한보다 2.5배나 넓은 땅이다.
그런 곳에 인구는 52만 명에 불과하다.
인구로 따지면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온 세상을 꽁꽁 얼리는 혹독한 겨울 때문일 수 있다.
대부분의 미국 땅이 그렇듯 원래 이 곳은 백인들이 살기 전까지 인디언의 땅이었다.
그러나 한때 이 곳을 지배했던 쇼쇼니족과 아라파호족은 이제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보호를 받는 존재가 돼버렸다.
그것도 '죽어간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처럼 서서히 숫자가 줄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속에서 벌어진 인디언 살인사건은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한겨울밤 광활한 와이오밍의 설원을 쫓기듯 맨 발로 달려가는 인디언 여인과 함께 시작된다.
그 여인은 곧 며칠이 지나서 꽁꽁 얼어붙은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그 겨울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미스터리 수사물처럼 시작된 영화는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 자체가 한때 지배자에서 이제는 보호받는 자로 전락한 인디언들의 수난사다.
가축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수렵관인 코리(제레미 레너)는 여인의 죽음 뒤에 깔려 있는 인디언들의 비참한 차지를 드러낸다.
다인종 다민족 사회를 강조하는 연방제인 미국은 여전히 평등과 자유를 강조하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여전히 인디언들은 차별과 편견 속에 사회 적응이 어려운 소외받는 약자 신세다.
정작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직장을 갖기 힘들어 마약과 술에 찌들어 사는 인디언 청년과 강간 살해당한 인디언 여인 등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평등과 자유를 부르짖는 미국 사회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테일러 쉐리던 감독은 이처럼 묵직한 메시지를 한 편의 수사물 같은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이는 곧 미국의 서부개척 이후 대두된 인디언과 백인의 갈등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현재 진행형 숙제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백인과 인디언의 대결을 다룬 '역마차'처럼 서부극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다만 '역마차'가 인디언을 악의 축으로 봤다면 이 작품은 거꾸로 백인을 악의 축으로 다뤘다.
이면에는 여전히 인디언을 악의 축이자 열등 종족으로 치부하는 백인들의 잘못된 사고방식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통렬한 백인들의 자기반성 같은 영화일 수 있다.
묵직한 메시지를 걷어내고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와이오밍주의 랜더를 배경으로 한 설원이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한기가 느껴지는 혹독한 겨울의 설원을 와이드스크린으로 제대로 묘사했다.
더불어 배역을 잘 소화한 제레미 레너의 연기도 높이 살 만하다.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107분 분량의 극장판과 112분 분량의 선댄스 프리미어 버전 등 2개의 판본을 2장의 디스크에 담았다.
1080p 풀 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색감이 좋아서 눈이 부시게 펼쳐진 설원의 흰 빛과 푸르스름한 밤을 제대로 표현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리어 채널을 제대로 살려서 뒤에서 울리는 소리를 확실하게 잘 살렸다.
부록으로 정성일 평론가의 음성해설과 삭제 장면, 배우들 인터뷰, 영화 설명, 제작과정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테일러 쉐리던 감독은 배우 생활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시나리오를 썼고, 나중에 감독이 됐다.
영화는 와이오밍주의 작은 마을인 랜더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뛰어난 명사수인 주인공 코리를 연기한 제레미 레너.
테일러 쉐리던 감독은 비정한 사내들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일가견 있다. 그는 멕시코 마약밀매조직을 다룬 영화 '시카리오'의 시나리오를 썼다.
쉐리던 감독은 이 작품의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했다.
혹한으로 유명한 윈드리버 인디언 보호구역은 미국에서 빈곤한 지역 중 하나로 유명하다. 주인공은 45-70 라이플 현대판에 해병대용 조준경을 장착했다.
쉐리던 감독은 와이오밍주의 북서 지역에서 자라서 이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사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꿰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의 도시인 랜더는 인구가 7,000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다. 석유와 석탄, 금이 채굴되면서 백인들이 이주했다. 북서쪽 인디언 보호구역에 쇼쇼니족과 아라파호족이 살고 있다.
촬영은 벤 리처드슨이 맡았다. 전체 촬영 기간은 40일이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엘리자베스 올슨은 촬영 중 설맹 현상을 겪기도 했다.
영화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에 기반했다. 제작진은 촬영 전 쇼쇼니족과 아라파호족에서 대본을 보내 촬영 동의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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