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붉은 10월 (4K 블루레이)

울프팩 2018. 9. 17. 00:00

1980년대 최고 이야기꾼을 꼽는다면 단연 '재칼의 날'을 쓴 프레드릭 포사이드다.
톰 클랜시는 포사이드의 뒤를 잇는 밀리터리 스릴러 작가로, 완성도 면에서는 포사이드에 미치지 못하지만 레인보우 식스로 대표되는 일련의 베스트셀러를 여러 편 내놓았다.

톰 클랜시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 바로 1984년에 쓴 '붉은 10월호 추적작전'이다.
국내에도 금박출판사를 통해 처음 번역 출간됐던 이 책은 구 소련의 최신예 핵잠수함 붉은 10월호가 미국으로 망명하는 내용을 다뤘다.

워낙 감쪽같이 망명을 해야 했기에 미국과 소련의 해양 전력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과정을 아주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특히 밀리터리 마니아인 톰 클랜시의 해박한 군사지식이 총동원된 덕분에 실감나는 묘사로 당시 레이건 대통령도 극찬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재미있는 작품이니 영화판에서 그냥 둘리가 없다.
'다이하드'를 찍은 존 맥티어넌 감독은 속편 연출을 포기하고 이 작품을 선택해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 1990년)이라는 이름의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도 소설 못지않게 잘 만들었다.
원작을 압축해 잠수함전을 그럴듯하게 묘사했다.

특수 효과를 적절히 사용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든 맥티어넌 감독의 뛰어난 연출과 숀 코네리, 알렉 볼드윈, 스콧 글렌 등 쟁쟁한 배우들의 냉철한 연기가 빛을 발했다.

이 작품의 성공 덕분에 훗날 해리슨 포드가 주연을 맡은 '패트리어트 게임' 등 소위 존 라이언 시리즈가 영화로 줄줄이 등장하게 된다.
한마디로 긴장감의 엑기스 같은 영화다.

최근 국내 출시된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4K 디스크와 일반 블루레이 디스크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4K 타이틀의 쨍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뜻.

윤곽선이 굵고 미세한 입자감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래도 약간 뿌연 편이었던 일반 블루레이 디스크에 비하면 화질이 약간 개선됐다.

음향은 일반 블루레이와 마찬가지로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한다.

 

채널 활용도가 좋아서 각종 소음이 여러 채널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제대로 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특히 잠수함이 수중을 가르는 소리가 일품이다.

 

일반 블루레이 디스크에 부록으로 존 맥티어넌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붉은 10월호는 105미터 길이의 바지선 위에 철제 구조물을 씌워 만든 모형이다. 원래 이 작품의 모델은 원작 소설이 등장할 때까지 서방에 공개된 적 없는 소련의 최신 핵잠 타이푼이다.
CIA 소속 분석가 잭 라이언 역할은 원래 케빈 코스트너에게 제의했으나 그가 '늑대와 춤을' 제작 때문에 거절해 당시 신인이었던 알렉 볼드윈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 성공 이후 클랜시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들에서 해리슨 포드가 라이언 역을 맡았다.
잠수함의 수중 항해 장면은 연기를 뿌려서 물속처럼 뿌옇게 만든 뒤 모형을 이용해 촬영.
해군 수리창 장면은 실제 샌디에이고 해군 건조 부두에서 수리 중인 실제 잠수함을 촬영.
핵미사일이 줄줄이 늘어선 잠수함 격납고 장면. 제작진은 관객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소련 잠수함 내부 장면은 크롬과 흑색 위주, 미국 잠수함 내부는 황색과 적색 조명을 사용했다.
잠수함이 기울어지는 장면은 짐벌 위에 세트를 만들고 실제로 전후좌우로 기울여 가며 촬영.
고장난 F-14 전투기가 착함하다가 항모 갑판에 충돌해 폭발하는 모니터 영상은 1970년대 실제 사고를 찍은 해군 필름을 삽입했다. 항모 장면은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촬영.
헬기로 잠수함에 합류하는 장면은 시애틀 인근 퓨젯만에 훈련차 들어온 잠수함에서 촬영. 알렉은 바다에 직접 뛰어드는 연기를 했다.
소련 잠수함 대원들이 고무보트로 탈출하는 장면을 바다에서 찍다가 비싼 파나비전 카메라 3대를 물에 빠뜨려 잃어버렸다.
잠수함이 수면 위로 솟구치는 장면은 실제 688 어택 서브의 부상 장면을 촬영.
소련의 대잠 초계기 Tu-142 베어. 촬영은 얀 드봉이 맡았다.
미 달라스 공격잠수함 함장으로 나온 스콧 글렌은 솔트레이크시티호에 탑승해 함장 체험을 했다. 실제 해군 잠수함 대원 가운데 일부가 잠수함 대원으로 출연했다.
잠수함 장면은 조종 가능한 와이어에 모형을 매달아 움직이며 모션 컨트롤 카메라로 촬영.
실제 잠수함의 수중 폭발 장면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물속에서 저렇게 불꽃이 일어나는 지도 의문. 이 영화는 바질 폴레도리스가 담당한 웅장하면서도 비장한 음악도 좋았다.
원작자 톰 클랜시는 보험영업을 하던 무명작가였다.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지독한 근시 때문에 군대에 가지 못했다. 해양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하푼'을 좋아한 그는 군사 지식과 게임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이 소설을 썼고, 대히트하며 유명 작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