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년)의 배트맨은 유독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시작해 '다크나이트'를 거쳐 3부작의 마지막인 이번 작품까지 달려 오면서 배트맨은 피로가 쌓이고 몸도 다쳤다.
그런데도 제대로 듣지 않는 관절을 동여매고 달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그 이유를 배트맨이 폭력과 슈트에 중독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 얘기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 3부작을 만들면서 자신의 연출 스타일에 중독돼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추구하는 영상과 악은 악대로, 정의는 정의대로 정당성을 주장하며 길게 늘어놓는 사설이 여전하다.
전자는 블록버스터에 어울리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기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후자는 메시지 과잉으로 쓸데없이 상영시간만 늘리며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다.
미식축구 경기장을 통채로 갈아엎고 배트맨을 지옥의 구덩이로 던져버린 채 온 도시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는 악당 베인은 그만큼 강력한 존재이기에 배트맨에 맞서 결코 밀리지 않는 요란한 싸움을 벌인다.
놀란 감독은 이를 거대한 아이맥스 영상으로 촬영해 입이 딱 벌어지는 압도적 스케일의 그림을 보여준다.
그만큼 볼거리 하나는 발군이다.
하지만 왜 그리 말이 많은지, 놀란 감독은 철학적 메시지를 긴 사설로 늘어놓으며 영상으로 가르치려 든다.
놀란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햄릿형 영웅의 번민은 '다크나이트'로 충분하다.
이를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점수를 깎아먹는 짓이다.
비록 체중조절에 실패한 권투선수처럼 '다크나이트'에 비하면 군더더기가 많은 영화이긴 하지만 아이맥스로 찍은 훌륭한 영상과 요란한 액션 만큼은 높이 쳐줄 만 하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부록 디스크 등 3장으로 구성돼 있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칼 같은 윤곽선과 발군의 디테일을 과시한다.
아이맥스 영상의 경우 화면이 꽉 차는 1.78 대 1 비율로 바뀐다.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 역시 샤프니스가 또렷하고 색감도 좋은 편이다.
다만 아이맥스 영상의 디테일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35mm 촬영분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
음향은 4K 타이틀과 일반판 블루레이 모두 DTS-HD MA 5.1 채널을 지원한다.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아서 우수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특히 저음이 묵직해 마스크 속에서 울리는 베인의 목소리가 우렁우렁 청취공간을 흔든다.
부록으로 배트모빌, 제작과정, 캐릭터 설명, 배경 등이 들어 있는데, 모두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그만큼 볼 게 많은 잘 만든 타이틀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초능력 없는 슈퍼히어로인 배트맨은 다채로운 무기와 탈 것 등을 동원하고 로빈이나 캣우먼 등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만큼 다른 슈퍼히어로들에 비해 고생을 하지만 그 점이 배트맨 시리즈의 매력이다.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반데이란테 터보프로펠러기를 공중 납치하는 장면은 중화물 운반헬기가 동체를 1,200m 높이까지 끌어올려 촬영한 영상과 5분의 1 미니어처 촬영 영상을 CG로 합성해 만들었다.
아이맥스 촬영에 비해 35mm 영상은 화질이 떨어지는데, 특히 어두운 장면에서 화질 저하가 두드러진다.
각본 작업에 놀란 감독의 동생인 조나단 놀란도 참여.
촬영은 인도, 영국, 미국의 피츠버그와 LA 뉴욕 등지에서 했으며, 어두운 장면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T250mm 아이맥스 렌즈를 새로 제작해 사용했다.
톰 하디는 베인 역을 위해 14kg 이상 체중을 불렸다. 베인의 목소리는 아일랜드 출신 격투기 선수인 바틀리 고먼의 억양을 빌려서 사용했다.
배트맨과 베인이 격투를 벌이는 지하 공간은 영국 카딩턴의 거대한 격납고에 만든 4층 높이 세트다.
지옥의 구덩이인 지하 감옥은 놀란 감독이 인도에서 본 찬드바오리 저수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우물인 찬드바오리 저수지는 영화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에 나온다.
미식축구 경기장을 갈아엎는 장면은 NFL의 피츠버그 스틸러스 스타디움에서 찍었다. 공을 들고 뛴 킥 리터너로 스틸러스의 와이드리시버인 하인즈 워드가 깜짝 출연했다.
워낙 아이맥스 촬영이 많다보니 제작진은 스테디캠을 이용해 들고 찍기 편하도록 가벼운 아이맥스 필름통도 개발했다. 이 작품은 3분의 1 가량을 아이맥스로 찍었다.
캣우먼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가 배트포드를 타는 장면은 스턴트우먼이 연기.
경찰과 악당들이 뒤엉켜 싸우는 장면은 뉴욕과 피츠버그에서 찍은 것을 이어 붙였다. 계단 부분을 피츠버그의 카네기멜론대에서 촬영. 당시 피츠버그는 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오르는 여름이었는데 가짜 눈가루를 날리며 찍었다. 날리는 눈발 때문에 서로 떨어진 두 장소에서 찍었는데도 한 군데처럼 보인다.
람보르기니와 험비를 섞은 듯한 배트모빌은 놀란 감독이 개념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흉한 점토모형을 토대로 만들었다.
하늘을 나는 헬기를 닮은 배트탱크는 실제 제작을 해서 동체 아래 달린 로터 등이 작동한다. 하지만 하늘을 날 수는 없어서 와이어로 크레인에 매달아 케이블카처럼 움직이거나 기체를 받친 차량이 실제 거리를 질주하며 찍었다. 그래서 액션 장면이 실감난다.
크리스찬 베일이 배트맨에 참 잘 어울렸다. 배트맨 역할로 그가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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