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줄리아 로버츠 5

모나리자 스마일 (블루레이)

'죽은 시인의 사회'나 '코러스' 등의 영화는 한 사람의 교사가 여러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잘 보여준다. 마이크 뉴웰 감독의 '모나리자 스마일'(Mona Risa Smile, 2003년)도 마찬가지. 미국 동부의 전통 명문 여대인 웰슬리 여대에 미술 강사 왓슨(줄리아 로버츠)이 부임한다. 웰슬리 여대는 여성의 사회 활동보다 품위 있는 가정주부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강조하는 학교다. 하지만 왓슨은 틀에 박힌 생활과 사고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틀을 깨고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학교와 보수층 아이들에게 적이 된다. 언뜻보면 '죽은 시인의 사회'의 여성판 같다. 심지어 제도적 틀을 못견뎌 자의든 타의든 교사가 학교를 떠나는 결말도 닮았다...

오션스 트웰브 (블루레이)

11명의 도둑들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홀라당 털어가는 유쾌한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 흠뻑 빠졌다면 속편 격인 '오션스 트웰브'(Ocean's Twelve, 2004년)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를 산산히 부서뜨렸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 줄리아 로버츠, 캐서린 제타존스, 뱅상 카셀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무려 12명이나 출연했고, 감독도 전편을 만든 스티븐 소더버그가 다시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이유는 한 가지, 제작진이 스타의 후광에 기대 너무 안이했다. 이야기는 카지노를 털린 앤디 가르시아가 자신의 돈을 되찾기 위해 전편의 주인공들을 협박하면서, 주인공 일행이 돈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저 쟁쟁한 ..

더블 스파이

토니 길로이 감독의 '더블 스파이'(Duplicity, 2009년)는 독특한 스파이물이다. 총격전을 벌이는 정치 스파이가 아닌 기업의 비밀을 훔치는 산업 스파이 이야기다. 줄리아 로버츠와 클라이브 오웬이 기업의 비밀을 훔치는 산업 스파이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기업의 비밀 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까지 훔친 두 사람은 '나를 사랑한 스파이'처럼 졸지에 사랑에 빠진 연인이 된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스파이들의 특성상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상대 뿐 아니라 관객까지 교묘하게 속인다. 하지만 막판 반전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2시간은 그다지 즐겁지 않다. 시간을 역순으로 엮은 이야기가 스파이물 특유의 긴장감을 반감시켰기 때문. 결정적으로, 스파이로서 줄리아 로버츠의 매력이 떨어진다. 그런 점에..

클로저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어." 영화 '클로저'(Closer, 2004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다. 우연히 만난 네 남녀의 얽히고 설킨 사랑과 이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인간 관계의 오묘함을 절묘하게 나타낸 뛰어난 작품이다. 네 남녀의 독특한 관계, 감칠맛 나는 대사들은 어설픈 로맨틱 코미디와 차원이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마치 집중력 높은 연극처럼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이 작품은 아닌게 아니라 영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패트릭 마버 원작의 연극을 필름으로 옮긴 작품이다. 메가폰은 '졸업'으로 유명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잡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익장답게 제대로 만든 정극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스산한 느낌을 자아내는 데미언 라이스의 'The Blo..

노팅힐 (CE)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리처드 커티스(Richard Curtis)가 감독을 하거나 대본을 쓴 영화들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게 만든다. 그가 대본을 쓰고 로저 미첼(Roger Michell)이 감독한 '노팅힐'(Notting Hill, 1999년)도 마찬가지다. 그저 그런 조그만 책방 주인 태커(휴 그랜트 Hugh Grant)가 세계적 톱스타인 여배우 스콧(줄리아 로버츠 Julia Roberts)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은 전형적 '신데렐라' 스토리이지만 대사나 이야기 진행 방식이 보는 사람을 빨아들인다. 그만큼 설득력 있다는 얘기. 원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만큼은 감탄을 하며 봤다. 이야기, 배역, 영상, 음악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지난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