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히말라야 4

에베레스트 (블루레이)

산악영화의 기본적인 도식은 험한 자연환경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클리프행어'나 '얼라이드' 같은 작위적 드라마나 '노스페이스'나 '히말라야' 같은 실화를 다룬 산악영화들은 행, 불행으로 갈리는 결말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기본적인 도식은 같다. 달라지는 것은 장소와 등장인물들이 험난한 자연환경 속에서 얼마나 극적인 사투를 벌이느냐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산악영화는 재난영화나 마찬가지다. 극적인 자연 환경이 악역을 맡아 이야기의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를 배우들의 드라마가 끌어 간다. 결국 볼거리와 캐릭터로 승부하는 셈이다.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의 '에베레스트'(Everest, 2015년)는 그런 점에서 성공한 산악 영화다. 8,848m의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봉우리와 여..

메루, 한계를 향한 열정(블루레이)

20여년전 학창시절, 설악산에 자주 갔다. 아침 일찍 오색쪽에서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 대청봉을 넘으면 오후 3,4시쯤 설악동 입구로 내려 올 수 있어 당일치기 등산으로는 딱이었다. 거기에 봄, 여름, 가을 철마다 다른 기가 막힌 절경까지 볼 수 있으니 더 할 나위 없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멋모르고 따라 나섰다가 나가 떨어진 뒤 혼자서 산을 넘었는데, 혼자 산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아무것도 없는 대자연의 고즈넉함이 주는 평안함과 외로움,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가미된 그 느낌은 참으로 생경하면서도 감미롭다. 그렇게 힘든 자신과의 싸움 끝에 정상에 서서 탁 트인 산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면 이런게 희열이구나 싶다. 하물며 1,700여 미터 높이의 설악산도 그럴진대, 6,000여미터 이상 세계의 고봉들은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블루레이)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로또에 당첨돼 돈벼락을 맞거나 영웅이 돼서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는 식의 황당하면서도 짜릿한 상상을 한 번쯤 해본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우니 꼭 무익한 일은 아니다. 1939년 제임스 서버는 보통 사람들의 흔한 상상을 글로 써 돈을 벌었다. 그가 뉴요커지에 발표한 단편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은 평범한 소시민인 월터 미티가 직장을 가거나 마지못해 따라나선 아내의 쇼핑길에 떠올린 공상들을 다뤘다. 때로는 암살자가 되고 때로는 군인이 돼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는 그만큼 오락거리로 손색이 없어 MGM에서 1947년 뮤지컬 코미디 형태의 영화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나 코미디언 겸 배우 벤 스틸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리메이크작이 ..

휴먼 플래닛 (블루레이)

다큐멘터리의 명가 BBC가 만든 '휴먼 플래닛'(Human Planet, 2011년)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다. 영국 BBC가 디스커버리채널, 프랑스 텔레비전과 공동으로 4년 동안 총 160억원을 들여 만든 이 작품은 전세계 80여곳을 누비며 사람들의 제목 그대로 인류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이 점이 기존에 흔한 자연 다큐와 차별되는 점은 주변에서 보지 못한 사람들의 험난한 삶을 담은 점이다. 땅 위를 걷듯 물 속을 걸으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사람부터 유독 가스를 안개처럼 헤치며 화산 분화로 내려가 황을 캐는 사람들, 높다란 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 등 보기만 해도 신기한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다. 특히 모코로 페스의 가죽 무두질 공장과 아프리카의 쓰레기 더미를 헤짚는 사람들, 뉴욕 런던 등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