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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매드 맥스(4K 블루레이)

울프팩 2021. 12. 31. 14:38

조지 밀러(George Miller) 감독의 저예산 호주 영화 '매드 맥스'(Mad Max, 1979년)는 멜 깁슨(Mel Gibson)이라는 배우를 전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당시 23세 청년이었던 멜 깁슨은 영화 예고편에도 등장하지 못할 정도로 무명의 신인이었다.

그런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조지 밀러 감독이다.
원래 깁슨은 이 영화에 출연하지 못할 뻔했다.

대본 오디션 전날, 술집에서 심하게 싸운 멜 깁슨은 얼굴이 온통 검고 푸른 멍투성이여서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고 오디션을 보러 간 친구를  따라가기만 했다.
그런데 멍투성이 얼굴이 감독 눈에 띄어 발탁됐다.

사람의 운명이란 참 모를 일이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에 오토바이 폭주족들을 몰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의 활약을 다뤘다.

이 영화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정의를 집행하는 경찰관의 행동이 악당 못지않게 파괴적이기 때문이다.
악당들을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처참한 방법을 이용해 죽음으로 몰고 간다.

그런데도 주인공이 갈채를 받은 것은 워낙 악당들의 행동이 극악무도했기 때문.
그 바람에 맥스는 졸지에 반영웅, 즉 다크 히어로로 떠올랐다.

예전 학창 시절 비디오테이프로 빌려 본 이 작품은 영상이 조악했지만 검은 가죽 옷을 입고 검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왠지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멜 깁슨의 위용이 대단했다.
더불어 속도감 있는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밀러 감독은 카메라를 거의 바닥에 붙이다시피 낮은 앵글로 달리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찍어 속도감을 극대화시켰다.
마치 보는 사람을 향해 덮치듯 달려드는 차량과 오토바이는 파괴적이고 무시무시해 보인다.

세기말적인 황량한 분위기와 어두운 느낌의 반영웅이 조화를 잘 이룬 이 작품은 영웅 없는 시대에 영웅 만들기에 성공한 전형적인 B급 영화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1, 2, 3편과 4편인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까지 묶은 '매드 맥스 앤솔로지' 박스세트에 포함됐다.

네 편 모두 스틸북으로 출시됐는데, 원래 스틸북을 좋아하지 않아 불만이다.
깔끔하게 일반 4K 더블 케이스에 담으면 좋을 텐데 쓸데없이 스틸북으로 만드는 바람에 두꺼워져 보관 장소를 더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3부작이 하나의 케이스로 묶여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이 오히려 보관에는 더 효율적이다.
이번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으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과거 국내 출시됐던 블루레이에 비해 화질이 많이 개선됐다.
과거 국내 출시된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저예산 영화답게 전체적으로 탁한 화질이었다.

특히 각종 잡티와 스크래치가 난무하는 등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출시된 4K 타이틀은 필름 그레인이 두드러지지만 특별한 잡티나 스크래치 없이 깔끔한 영상을 보여준다.

샤프니스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함께 포함된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도 잡티 등이 여전히 보이지만 과거 블루레이 타이틀보다 나아졌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과거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보다 개선됐다.
예전 블루레이 타이틀은 DTS-HD 2.0과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했는데 멀티채널로 수록된 오리지널 호주식 영어 더빙이 음량이 너무 작아 영화 분위기가 제대로 살지 않았다.

반면 4K 타이틀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잘 살아 있어 도로 질주 장면 등에서 실감 나는 소리를 들려준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차량을 제외한 경찰차로 나온 포드 팔콘 XA 세단. 멜버른에서 택시로 쓰던 차량이다. 일부 차량은 페인트 칠을 바꿔서 다른 차량으로 썼는데칠이 덜 마른 채 달리기도 했다.
오토바이를 타는 스티브 비슬리를 제외한 경찰로 나온 배우들의 검은 옷은 가죽옷이 아닌 레저 비닐이다. 제작비가 모자라 마치 가죽처럼 보이는 비닐옷을 입었는데 무릎 부분이 특히 잘 찢어졌다.
악당 나이트 라이더가 모는 검은 차량은 1972년형 홀든 HQ LS 모나로 쿠페. 1970년대 초반 호주에서 많이 팔린 8기통 차량이다.
경찰차에 받쳐 박살 나는 차량은 제작비가 모자라 밀러 감독의 개인 차량 마즈다 봉고 밴을 사용. 밴에서 엔진을 제거하고 스태프들이 길 위에 밀어 올린 뒤 들이받게 했다.
초반 맥스의 인터셉터 경찰차는 포드 1974년형 팔콘 XB 세단. 멜버른에서 실제 경찰차였다. 멜 깁슨이 탄 2대의 인터셉터 중 하나는 내부를 바꿔 2편에도 등장. 그 차는 2편의 자동차 충돌 장면을 찍고 부서졌는데 잔해를 누군가 훔쳐갔다. 남은 1대는 영국 케스윅에서 영화 자동차 박물관을 운영한 밥 포센코가 갖고 있다가 2011년 박물관 문을 닫으면서 전시 차량을 몽땅 팔아버렸다.
나이트 라이더의 차가 폭발하는 장면은 차량 뒤에 군대용 부스터 로켓을 장착해 촬영. 나이트 라이더가 라디오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는 곡은 AC/DC의 노래 'Rocker'다.
한창 젊은 시절의 멜 깁슨. 부인 역은 조안느 새뮤얼이 연기. 새뮤얼은 막판 장면을 찍기 4일 전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다른 여배우가 마지막 장면만 대신 찍었다.
폭주족 오토바이 14대는 모두 가와사키에서 제공. 가와사키에서 아주 기증해 폭주족들로 나온 배우들이 촬영 후 가졌다.
휴 키스번이 연기한 악당 두목 토카터는 칭기즈칸을 모델로 했다.
밀러 감독은 L.Q 존슨 감독이 1975년에 만든 영화 '소년과 개'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구상했다. 할란 엘리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소년과 개'는 돈 존슨이 주인공을 맡아 텔레파시를 쓰는 개와 핵전쟁 이후 세상에서 살아가는 얘기다.
폭주족들에게 몹쓸 짓을 당하는 연인들 차량은 1959년형 쉐보레 임팔라 세단.
경찰 역의 스티브 비슬리가 모는 오토바이는 1977년형 가와사키 Z1000. 연료통에 붙은 가와사키 마크를 떼어내고 'Kwaka'라는 가짜 마크를 붙였다.
할머니로 나온 세일라 플로랜스는 악당들을 향해 구식 엽총을 쏘는 장면에서 뛰어가다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찍었다. 스티브 비슬리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 침상에 누워 있는 장면에서 삐져나온 손도 플로랜스의 손이다.
35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인 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1억 달러를 벌었으나 미국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호주식 억양을 알아듣지 못할까 봐 미국식 영어로 다시 녹음한 것이 패인이었다.
후반에 맥스가 모는 슈퍼 차저 장착 차량은 1973년형 포드의 팔콘 XB 쿠페. 5.75리터 8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슈퍼 차저는 실제가 아니라 전기로 휠만 돌린 모형이다.
세인트 조지 병원 의사였던 밀러 감독은 응급실 의사로 일하며 제작비를 충당했다. 밀러 감독은 의사 경험을 활용해 주인공 이름 맥스 록카탄스키를 19세기 병리학자 칼 폰 로키탄스티에서 따왔다.
막판 트럭과 충돌장면은 트럭 운전사에게 50달러를 주고 찍었다. 제작진은 운전사가 트럭이 손상되는 것을 싫어해 트럭 앞면에 붉은색 보호대를 설치했다. 트럭에 받친 처참한 사고 현장은 밀러 감독이 의사로 일하며 본 교통사고 희생자들의 모습을 참고해 실감나게 재현했다.
악당을 연기한 팀 번스를 묶어 놓은 수갑은 장난감 모형이다. 이 작품은 애너모픽 렌즈를 이용해 호주 멜버른 주변에서 찍었다.
편집은 제작자인 바이런 케네디의 침실에서 했다. 케네디의 엔지니어 출신 아버지가 만든 편집기로 영화와 사운드를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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