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1/05 9

너는 달밤에 빛나고(블루레이)

츠키카와 쇼 감독이 각본을 쓰고 감독한 '너는 달밤에 빛나고'(君は月夜に光り輝く, 2019년)는 하이틴 로맨스 같은 영화다. 원작은 소설가 사노 테츠야의 동명 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일본의 전격 소설 대상을 받았다. 내용은 발광병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소녀 마미즈(나가노 메이)를 즐겁게 하기 위한 소년 타쿠야(카타무라 타쿠미)의 노력을 담은 순애보다. 몸에서 빛이 나는 발광병은 소설가가 만든 가상의 병이다. 병실에서 갇혀 사는 마미즈를 대신해 그의 버킷 리스트를 타쿠야가 대신해준다. 노래방을 가고 롤러코스트와 번지점프를 하는 타쿠야는 어느덧 연민이 사랑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뤘다. 뻔한 스토리의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물인데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도 없는 평이한 작품이..

엽문3(블루레이)

엽위신 감독의 '엽문 3'(Ip Man 3, 2015년)가 눈길을 끈 것은 마이크 타이슨의 등장 때문이었다. 전 세계 헤비급 통합 챔피언을 지낸 유명한 권투 선수이자 악동인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이 이 작품에서 악역으로 등장해 엽문을 연기한 견자단과 대결을 펼친다. 마이크 타이슨이 영화, 그것도 중국 무술영화에 나올 줄 몰랐기에 그의 출연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기대만큼 그는 이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역할 자체가 비중이 높지 않아서 그렇기도 했지만 엽문의 쿵후를 부각해야 하는 영화 특성상 그의 핵주먹의 위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은 느낌이다. 오히려 엽문보다는 그의 영춘권의 정통성을 놓고 다투는 장천지 역할의 장진이 두드러졌다. 영화의 내용은 홍콩에서 자리를 잡은 엽문이 가..

위플래쉬(4K 블루레이)

1980년대에 구입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LP 중에 버디 리치(Buddy Rich)와 진 크루파(Gene Krupa)의 'The Drum Battle'이 있다. 걸출한 두 명의 재즈 드러머가 박자를 주거니 받거니 불꽃 튀는 드럼 협연이자 경연을 벌이는 명반이다. 다미엔 차젤레(Damien Chazelle) 감독의 '위플래쉬'(Whiplash, 2014년)를 보면 버디 리치와 진 크루파의 드럼 배틀이 생각난다. 차이가 있다면 버디 리치와 진 크루파의 대결은 유머러스하며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선혈이 낭자한 전쟁터다. 내용은 무명의 드러머 앤드류(마일즈 텔러 Miles Teller)가 피나는 노력 끝에 최고의 드러머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앤드류는 많은 도전자들과 경쟁을 벌여 살아남기 ..

스팅(4K 블루레이)

1970~80년대 영화 소설을 줄줄이 펴내던 한진출판사에서 낸 책 중에 '나는 놈 위를 기는 놈'이란 책이 있다. 사기꾼을 등쳐 먹는 희대의 사기꾼들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정교한 계획과 엄청난 노력에 감탄을 한 적이 있는데,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스팅'(The Sting, 1973년)도 그런 영화다. 겁 없는 두 사나이가 정교한 사기극으로 미국 거물 갱단 두목을 홀랑 베껴 먹는 이야기다. 그 계획이 어찌나 정교하고 기가 막힌 지 영화를 보며 연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이 이용하는 수법은 1930년대에 가능한 전신 사기다. 즉 방송 중계의 지연 시간을 이용해 그전에 승부가 결정 난 경마에 배팅하는 이야기다. 방송과 통신 기술이 발달한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블루레이)

김초희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년)는 유쾌하면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내용은 영화 기획자로 살아가던 찬실(강말금)이 어느 날 제작 준비 중이던 영화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실업자가 되는 이야기다. 찬실은 실업자가 된 뒤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본다. 영화 외에 아는 것은 없는데 영화제작사에서는 써주려고 하지 않으니 결국 호구지책으로 친한 여배우 소피(윤승아)의 가사 도우미 노릇을 한다. 새삼 찬실이는 신세한탄과 함께 계속 영화 관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정체모를 러닝셔츠 바람의 자칭 장국영(김영민)과 불어 강사를 하며 영화 준비를 하는 감독(배유람), 셋집 할머니(윤여정), 소피 등이 엮이며 갖가지 우스우면서도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진다. 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