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1/09 7

데쓰 프루프(블루레이)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이 만든 '데쓰 프루프'(Death Proof, 2007년)는 과거 동시상영관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전형적인 B급 영화다. 이 작품은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이 만든 '플래닛 테러'와 하나로 묶여서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상영됐다. 미국에서는 두 편이 하나의 작품으로 연속해 동시 상영됐고, 국내에서는 각기 나눠 개봉했다. 참고로, 그라인드 하우스는 동시상영관을 말한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1970~80년대 국내에는 동시상영관 천지였다. 시내 개봉관이 아닌 동네 극장은 모두 동시상영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중, 고교 시절 시험이 끝나면 학교에서 단체로 '벤허' '머나먼 다리' 등 영화를 보러 갔는데, 그럴 ..

시계태엽 오렌지(4K)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1971년)는 오랫동안 국내에서 금단의 영화로 묶여 볼 수 없었다. 이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2005년 한 장면도 자르거나 가리지 않고 무삭제 무암전으로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 덕분이었다. 세간에는 이 영화가 헤어누드와 성기 노출 등 강도 높은 폭력장면이 많이 나와 상영 금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보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헤어누드와 폭력보다는 체제 비판과 종교에 대한 비아냥이 더 강하다. 내용은 보호관찰 중인 소년 알렉스(말콤 맥도웰 Malcolm McDowell)의 교화 과정을 다뤘다. 알렉스는 무리를 이끌고 다니며 노숙자를 두들겨 패거나 가정집에 침입해 여..

플래닛 테러(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의 '플래닛 테러'(Planet Terror, 2007년)는 1970년대 동시 상영관의 추억이 듬뿍 배어있는 작품이다. 초반 등장하는 '마셰티'의 가짜 예고편으로 시작해서 낡은 필름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집어넣은 소위 '비가 내린다'라고 표현하는 세로 줄무늬,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각종 필름 열화현상으로 인한 잡티와 변색, 여기에 '필름 소실' 문구와 함께 영상을 건너뛰는 현상까지 의도적인 눈속임이 가득하다. 과거 동시 상영관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휘파람을 섞은 야유가 난무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소중한 추억이 돼버려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내용은 1970, 80년대 난무했던 전형적인 B급 좀비물이다. 군에서 유출된 생화학 무기 ..

스내치(4K)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스내치'(Snatch, 2000년)는 재기 발랄한 영화다. 강도들이 훔친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악당들이 물고 물리는 황당한 소동을 다뤘다. 등장인물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일 때문에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설킨다. 어수룩한 흑인 강도들과 최강의 킬러가 튕긴 총알에 쓰러지는 장면 등 어처구니없는 설정이 헛헛한 웃음을 자아낸다. 자칫하면 어수선하고 정신없을 법 한데 아귀가 잘 맞도록 깔끔하게 구성했다. 그만큼 가이 리치 감독의 B급 정서와 영리한 연출이 빛을 발했다. 베니치오 델 토로(Benicio Del Toro), 브래드 피트(Brad Pitt), 비니 존스(Vinnie Jones ), 제이슨 ..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블루레이)

샤카 킹(Shaka King) 감독의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Judas and the Black Messiah, 2021년)는 1960년대 미국 사회의 이슈가 된 블랙 팬서당, 즉 흑표당 이야기를 다룬 실화다. 흑표당은 1965년 미국에서 결성된 급진적 흑인 인권운동 단체다. 검은 옷과 검은 베레모를 쓰고 다녀 흑표당이라고 불린 이들은 비폭력 노선을 견지한 마틴 루터 킹 목사나 강경 무장 투쟁을 강조한 말콤 엑스와 달리 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을 받아들여 혁명을 주장했다. 그래서 FBI는 폭력적 성향이 강했던 말콤 엑스보다 오히려 흑표당을 더 위험하다고 봤다. 당시 FBI 수장이었던 에드거 후버는 흑표당이 체제 전복적이라고 보고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그가 생각한 강력 대응은 완전 제거였다.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