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2/01 10

19곰 테드(블루레이)

세스 맥팔레인(Seth MacFarlane) 감독의 '19곰 테드'(Ted, 2012년)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기발한 상상력의 승리다. 이 작품은 발칙한 성적 농담과 화장실 유머로 무장한 성인들의 동화다. 내용은 주인공 존(마크 월버그 Mark Wahlberg)이 어려서 성탄절 선물로 받은 곰인형 테드가 어느 날 갑자기 번개를 맞고 나서 사람처럼 말을 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맥팔레인 감독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귀엽고 예쁜 곰인형을 어른 뺨치는 능글맞고 음탕한 존재로 바꿔 놓았다. 곰인형 테드는 존과 어울려 대마초를 피우며 밤새도록 야한 비디오를 보며 하루 종일 성적 농담을 일삼는다. 그 농담이 어찌나 걸고 질퍽한지 민망할 정도다. 오히려 존이 테드에게 물들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곰인형의 비행은..

드라이브(블루레이)

니콜라스 윈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 감독의 '드라이브'(Drive, 2011년)은 오랜만에 보는 아메리칸 누아르다. 내용은 사랑에 빠진 드라이버가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해 싸움에 나서는 낭만적인 순애보다. 다소 신파적인 러브 스토리이지만 영상은 그렇지 않다. 간간히 등장하는 액션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엽총에 머리가 날아가고, 쓰러진 상대의 머리가 부서질 때까지 발로 으깨며 얼굴에 못질을 하는 등 폭력의 수위가 제법 높다. 주인공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은 더할 수 없이 과묵한 사내로 나온다. 대사도 몇 마디 없고 심지어 이름도 없다. 그저 드라이버로 통할뿐이다. 그렇다고 진한 러브 스토리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웃집 여인 아이린(캐리 멀리건 Carey Mull..

론 레인저(블루레이)

어려서 TV로 본 만화영화 중에 기억나는 작품이 두 편 있다. 하나는 1970년대 흑백 TV 시절에 꽤 인기 있던 '서부 소년 차돌이'였고, 하나는 컬러 TV 방송이 시작되며 방영된 '론 레인저'였다. 쾌걸 조로처럼 복면을 한 주인공이 흰 말을 타고 다니며 벌이는 모험이 인상적인 만화영화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귀에 익은 '윌리엄 텔' 서곡을 변주한 멜로디가 흥겨웠다. 원래 론 레인저는 1933년 미국의 WXYZ 라디오 방송으로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TV 시리즈, 만화영화, 장편 극영화, 그래픽 노블 등으로 숱하게 제작됐다. 그로부터 원작 탄생 80주년이 되는 시점에 실사 영화로 다스 등장한 작품이 고어 버빈스키(Gore Verbinski) 감독의 '론 레인저'(The Lone Ranger, 2013년)..

가위손(블루레이)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은 면도날을 든 이발사로 두 편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 편은 어두운 영국을 배경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잔혹 뮤지컬 '스위니 토드'이고, 한 편은 이루어질 수 없는 순애보를 그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년)이다. 내용은 양손에 가위 날이 잔뜩 달린 사람을 닮은 로봇인 '가위손' 에드워드(조니 뎁 Johnny Depp)가 그림처럼 예쁜 마을에서 사람들과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가위손은 사람들과 살며 마을의 정원수는 물론이고 강아지와 사람의 미용까지 절묘한 솜씨로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게 바꿔 놓는다. 사람들은 그런 가위손의 신묘한 솜씨를 찬양하지만 어느 순간 가위손이 유괴범의 누..

레드 바론(블루레이)

니콜라이 뮬러손(Nikolai Mullerschon) 감독의 '레드 바론'(Der Rote Baron, 2008년)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영웅이었던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Manfred von Richthofen) 남작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다. 리히트호펜은 제1차 대전때 붉게 칠한 전투기를 몰고 기발하고 과감한 조종술로 적기 80대를 격추한 최고의 에이스 파일럿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 조종사들은 전자장비와 자동화 무기로 무장된 요즘 전투기 조종사들과 달리 눈과 육감에 의지해 싸웠다. 최대한 적기에 바짝 접근해 기관총을 쏘거나 권총을 쐈다. 물론 요즘 전투기보다 속도가 느리기는 했지만 그만큼 적기에 근접해 격추하기 힘들었다. 그렇다 보니 적기를 요격할 수 있는 위치 또한 제한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