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스파이더맨3(4K)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이 만든 '스파이더맨 3'(Spider-man 3, 2007년)의 주제는 복수와 용서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복수가 등장한다. 아버지 같은 숙부를 잃은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 Tobey Maguire)의 복수, 스파이더맨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 해리(제임스 프랭코 James Franco)의 복수, 무심한 연인에 대한 엠제이(커스틴 던스트 Kirsten Dunst)의 복수 등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지닌 원한을 풀기 위해 다양한 복수에 나선다. "복수심은 멀쩡한 사람도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는 영화 대사처럼 주인공까지 졸지에 악당이 된다. 해리의 복수는 무섭고 처절하며 엠제이의 복수는 가슴 아프다. 반면 스파이더맨의 복수는 가증스럽다. 아무리 지독한 악당도 죽이지 않는다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4K)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1964년)는 냉전시대의 핵전쟁 위험을 둘러싸고 집단적 광기에 빠진 사람들이 빚어내는 웃지 못할 일을 다룬 블랙코미디다. 큐브릭 감독은 쿠바 위기 등 극한의 핵무기 경쟁으로 치닫던 당시 시대 상황을 미치광이 같은 권력자들의 모습을 통해 마음껏 조롱하고 있다. 내용은 공산주의의 확산과 침투를 우려한 미 공군 전략사령부의 장군이 구 소련에 선제적 핵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지금은 여러 가지 보안 장치를 갖췄다고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세상인 만큼 최종 명령권자가 비정상..

스파이더맨2(4K)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의 '스파이더맨 2'(Spider-man2, 2004년)는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다. 슈퍼 히어로물 특유의 액션과 재미에 인간적인 고뇌와 로맨스가 제대로 결합됐다. 스파이더맨의 가면을 벗은 주인공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 Tobey Maguire)는 2편에서 두 가지 삶을 사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한다. 애인도 사귀고 싶고 생활을 위해 돈도 벌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은 생활인 피터 파커의 삶은 스파이더맨의 가면 뒤에서 철저하게 억눌린다. 사건 사고를 막느라 모처럼 얻은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는 날아가고 애인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 Kirsten Dunst)과 약속은 펑크 난다. 그 바람에 주변 사람들에게 불신만 산다. 이래서야 누가 영웅이 되고 싶을까. 현실에..

시동(블루레이)

최정열 감독의 '시동'(2019년)은 유명한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2014년 연재가 시작된 조금산의 동명 웹툰은 평점 9.8을 기록한 인기 만화였다. 감독은 원작의 캐릭터를 잘 살려 영화로 만들었다. 내용은 공부에 뜻이 없는 주인공 택일(박정민)이 엄마(염정아)와 다투고 집을 나가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며 겪는 일들을 다룬 일종의 성장담이다. 택일은 중국집에서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통해 조금씩 철이 들며 성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갖가지 사연을 지닌 인간 군상이다. 그중에 압권은 거대한 덩치와 험상궂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트와이스의 춤을 추는 주방장 거석(마동석)이다. 마동석은 주먹 한 방으로 사람을 날려 보내는 괴력을 발휘하면서도 깐죽거리는 유머와 수수께끼에 쌓인 과거로 흥..

올모스트 훼이모스(4K)

끊임없이 지글거리며 튀는 판, 그럼에도 이를 구하지 못해 안달하며 세운상가로, 청계천으로 백판을 찾아 헤매던 1970~80년대 추억을 갖고 있다면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올모스트 훼이모스'(Almost Famous, 2000년)를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이 영화는 록 밴드의 순회공연을 쫓아다니며 이를 기사화하려는 아마추어 프리랜서 리포터의 이야기다. 실제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등 한때 열광했던 밴드들의 이름이 나오면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주인공이 그랬듯, 록의 저항과 자유정신을 찾아 음악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록 밴드의 모습이 무대 위 모습처럼 무조건 멋있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는 광팬을 자처하며 '그루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