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시계태엽 오렌지(4K)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1971년)는 오랫동안 국내에서 금단의 영화로 묶여 볼 수 없었다. 이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2005년 한 장면도 자르거나 가리지 않고 무삭제 무암전으로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 덕분이었다. 세간에는 이 영화가 헤어누드와 성기 노출 등 강도 높은 폭력장면이 많이 나와 상영 금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보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헤어누드와 폭력보다는 체제 비판과 종교에 대한 비아냥이 더 강하다. 내용은 보호관찰 중인 소년 알렉스(말콤 맥도웰 Malcolm McDowell)의 교화 과정을 다뤘다. 알렉스는 무리를 이끌고 다니며 노숙자를 두들겨 패거나 가정집에 침입해 여..

플래닛 테러(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의 '플래닛 테러'(Planet Terror, 2007년)는 1970년대 동시 상영관의 추억이 듬뿍 배어있는 작품이다. 초반 등장하는 '마셰티'의 가짜 예고편으로 시작해서 낡은 필름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집어넣은 소위 '비가 내린다'라고 표현하는 세로 줄무늬,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각종 필름 열화현상으로 인한 잡티와 변색, 여기에 '필름 소실' 문구와 함께 영상을 건너뛰는 현상까지 의도적인 눈속임이 가득하다. 과거 동시 상영관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휘파람을 섞은 야유가 난무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소중한 추억이 돼버려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내용은 1970, 80년대 난무했던 전형적인 B급 좀비물이다. 군에서 유출된 생화학 무기 ..

스내치(4K)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스내치'(Snatch, 2000년)는 재기 발랄한 영화다. 강도들이 훔친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악당들이 물고 물리는 황당한 소동을 다뤘다. 등장인물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일 때문에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설킨다. 어수룩한 흑인 강도들과 최강의 킬러가 튕긴 총알에 쓰러지는 장면 등 어처구니없는 설정이 헛헛한 웃음을 자아낸다. 자칫하면 어수선하고 정신없을 법 한데 아귀가 잘 맞도록 깔끔하게 구성했다. 그만큼 가이 리치 감독의 B급 정서와 영리한 연출이 빛을 발했다. 베니치오 델 토로(Benicio Del Toro), 브래드 피트(Brad Pitt), 비니 존스(Vinnie Jones ), 제이슨 ..

더 스파이(블루레이)

1962년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0년대 발생한 가장 심각한 사건이었다. 냉전 시대 핵 위기의 상징 같은 이 사건은 구 소련이 미국의 코 앞인 쿠바에 핵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면서 비롯됐다. 본토 전역이 핵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놓이는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해상 봉쇄에 들어가면서 자칫 잘못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뻔한 일촉즉발의 위기를 야기했다. 결국 소련은 핵 미사일을 싣고 쿠바로 향하던 함대를 되돌려 전쟁의 위기를 모면했다. 이 사건은 미국과 소련 정상이 핫 라인을 개통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당시 언론들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수 싸움이 얽힌 양측의 외교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훗날 밝혀진 기록을 보면 당시에는 공개할 수 없었던 치열한 ..

크루엘라(블루레이)

크레이그 질레스피(Craig Gillespie) 감독의 '크루엘라'(Cruella, 2021년)는 원작을 훌륭하게 비튼 영화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원작 '101마리의 달마시안'은 모피에 미친 악녀 크루엘라가 모피코트를 만들려고 달마티안을 납치해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더 이상 개들의 모험은 없다. 질레스피 감독의 이 작품은 원작과 달리 악녀 크루엘라(엠마 스톤 Emma Stone)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악녀의 관점에서 동일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악녀를 안티 히어로로 탈바꿈해 새로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든 작품이다. 원작과 이어지는 것은 캐릭터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달마티안은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고 크루엘라와 끝없는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