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실미도

1971년 실제 일어났던 실미도 684 특수부대 사건을 영화로 옮긴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3장짜리 DVD로 출시. 극장 개봉 당시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작품. 적당한 긴장감과 눈물, 유머가 뒤섞여 관객들의 심금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힘이 있다. 그런 점에서 강우석은 여우다. 한국적인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를 영리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본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낫다는 생각.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답게 DVD 또한 풍성하다. 자료 화보집,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방송 내용, 영화 제작 과정 등 각종 부록과 함께 영화를 수록. 그러나 정작 영화 본편의 화질은 실망스럽다. 초반 화면은 지글거리고 색감은 탁하며 암부 디테일이 떨어진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

엑스텐션

국내에서 '엑스텐션'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알렉산더 아자 감독의 공포물 'Haute tension'. 내용은 살인마에게 쫓기는 두 여성의 이야기. 신예 감독 작품답지 않게 긴장감이 넘치는 뛰어난 작품. 무엇보다 삽입곡이 좋다. 국내 DVD는 일부 내용이 삭제된 극장판보다 더 삭제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삭제인 프랑스판 DVD를 주문. NTSC보다 화질이 좋은 PAL 방식의 장점을 십분 살린 타이틀이어서 화질이 우수. DTS 사운드도 방향감과 서라운드 효과가 탁월. 저음이 약간 강한 편. 친구 사이인 두 여인에게 무슨 일이 닥친걸까. 묘하게도 동성애 코드가 들어 있다. 느닷없는 살인 행각의 신호탄. 저 여인의 죽음은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불쑥 들이닥친 살인마는 이유도 없이 한 집안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소피아 코폴라 감독,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 주연. 중년 남성과 20대 유부녀의 흔들리는 사랑을 단아하게 표현. DVD 화질은 부드러운 편. 물로 씻은 듯 매끈한 영상은 잡티하나 없다. DTS 음향은 배경음악의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추천할 만한 타이틀. 이 작품은 마치 도쿄 투어 가이드 같다. 신주쿠 야경. 황혼의 스타를 비유한 걸까. 빌 머레이가 도쿄를 떠나기 전날 저녁. 샬롯을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 그의 배는 왜 임산부처럼 불룩 튀어나온 걸까? 광고촬영차 도쿄에 온 할리우드 스타 밥을 연기한 빌 머레이. 초록색이 제대로 살아 있다. 샬롯은 밥을 만나며 은근히 정이 든다. 저 종이에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은은한 음악에 실린 애절한 사랑의 여운. 그래서 이 작품속 사랑은 단정하다.

8명의 여인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작품은 ‘스위밍 풀’에서 알 수 있듯 색감이 화사하다. 2002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에 빛나는 ‘8명의 여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카트린느 드느브, 이자벨 위페르, 엠마뉴엘 베아르 등 8명의 여주인공이 제각기 다른 색깔의 의상으로 개성을 나타낸다. DVD는 오종이 표현한 화사한 색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 벽을 타고 흐르는 초록색 벽지, 점처럼 놓인 노란 의자 등 마치 팔레트를 펼친 듯 원색이 제대로 살아난 색감은 이 타이틀의 최대 장점이다. 이처럼 발색이 고운 영상은 눈 때문에 폐쇄된 어느 집에서 일어난 음침한 살인사건을 더 없이 경쾌한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이 영화의 구성은 독특하다. 로버트 토마스의 희곡을 1950년대로 옮긴 이 작품은 아가사 크리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