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돌려차기

본격 스포츠 드라마를 표방한 남상국 감독의 '돌려차기'는 1970년대 중반 유행했던 하이틴물을 연상케 한다. 이덕화, 임예진이 짝을 이뤄 출연했던 문여송 감독의 '진짜 진짜 좋아해' '진짜 진짜 미안해'나 진유영이 나왔던 '우리들의 고교시대' 등 1970년대 하이틴물은 고교생들의 청순한 사랑이나 반항적 학생의 계도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이 작품의 기본 궤도는 1970년대 하이틴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패싸움을 벌여 퇴학당할 위기에 놓인 고등학생들이 대회 출전을 앞두고 결원이 생겨 고민하는 학교 태권도부에 들어가 선수로 뛰는 내용이다. 색다른 점은 태권도라는 스포츠를 도입한 것과 시대에 맞게 신나는 록 음악을 배경에 깔고 마치 만화책에서 살아나온 듯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배치한 점이다. 특히..

천공의 성 라퓨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하철 2호선 삼성역 근처 건물 꼭대기에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이 있었다. 이름은 '라퓨타'. '걸리버 여행기'에서 이름을 따왔을 수도 있으나 항상 이 식당을 보면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천공의 성 라퓨타'(天空の城ラピュタ)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이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성공에 힘입어 2년 뒤 1986년 선보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내용은 공중에 떠다니는 성을 찾기 위한 사람들의 모험을 다뤘다. 이 작품은 '나우시카'보다 색상이 풍성하고 현란해졌으며 스케일도 커졌다. 그만큼 반전과 정치권력을 비웃는 아나키스트적 세계관 등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해졌고 구성도 탄탄하다. 아울러 시대와 장소 구분이 불분명한 판타지 요소는 더욱 강해졌다. 16 대 9..

테러리스트

김영빈 감독의 '테러리스트'(1995년)는 그해 TV 드라마 '모래시계'로 큰 인기를 끈 최민수의 카리스마에 기댄 작품이다. 지금은 희화화됐지만 당시까지 최민수의 카리스마는 스크린에서 통했다. 이현세의 원작 만화 '카론의 새벽'을 압축한 이 영화는 경찰과 범죄자로 쫓고 쫓기는 형제의 엇갈린 운명을 다뤘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이 작품은 김 감독의 독특한 액션 미학이 빛을 발해서 괜찮은 B급 액션 영화로 꼽힌다. 김 감독의 연출을 뒷받침한 것은 최민수의 카리스마와 더불어 정두홍 무술감독이 지도한 강렬한 액션. 홍콩 무협영화처럼 황당한 액션이 아닌 뒷골목 건달들의 투박한 주먹질이어서 제법 실감 난다. 최민수는 이 작품으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약 10년 만에 나온 DVD 타이틀은 1...

아는 여자 (SE)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DVD 타이틀이 출시됐다. 여자들이 즐겨 쓸 듯한 수첩 모양을 닮은 패키지가 제법 예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영상은 무난한 편. 세방현상소에서 촬영 필름을 디지털 스캔한 뒤 색보정을 거치는 DI(디지털 인터미디어트) 작업을 거쳤다고 해서 화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일단 플리커링 외에 특별한 잡티는 없지만 색상이 극장에서 봤던 것보다 탁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평범한 수준. 요란한 소리가 울릴 만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서라운드 효과도 많지 않다. 2장으로 구성된 만큼 부록이 많다. 장진 감독, 정재영, 이나영의 재미있는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장진 감독이 진행하는 정재영과 이나영..

레이디 킬러

에단(Ethan)과 조엘 코엔(Joel Coen) 형제의 영화는 대부분 그렇듯, 웃음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황당함과 안타까움이 있다. '레이디 킬러'(LadyKillers, 2004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쭙잖게 모인 5명의 사나이가 뜻밖의 상황 때문에 차례로 사라지는 이야기는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죽는 게 장난이냐는 항변이 터져 나올 법도 한데, 코엔 형제의 비틀기식 이야기에 익숙해 그런 지 그러려니 하게 된다. 모처럼 유쾌하게 본 작품이다. 10월 1일 국내 출시될 DVD 타이틀을 미리 보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아주 뛰어난 화질을 갖췄다. 황색 톤의 색감도 잘 살렸고 세부 묘사 또한 섬세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