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007 살인면허

존 글렌(John Glen)이 감독한 007 시리즈 16번째 작품 '살인면허'(Licence to Kill, 1989년)는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의 마지막 007 작품이 됐다. 워낙 샤프한 매력이 없다 보니 그는 두 편만에 007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번 작품은 전작들과 달리 007의 개인적 복수에 초점을 맞췄다. 잔인한 마약 밀매 조직 우두머리에게 살해당한 동료의 복수를 위해 007은 살인면허인 007을 취소당하면서까지 모험에 뛰어든다. 줄거리는 평범하지만 직접 몸으로 해내는 스턴트 액션만큼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헬기나 소형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육중한 트럭을 이용해 펼치는 추격전은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007 시리즈만의 정통 액션이다. 주제가는 글래디스 나이트가 불렀으나 별..

선셋 대로(SE)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이 만든 흑백영화 '선셋 대로'(Sunset Blvd, 1950년)는 참으로 오묘한 느낌을 주는 걸작이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스타였던 배우(글로리아 스완슨 Gloria Swanson)가 자기 망상에 사로잡혀 재기를 노리다가 살인사건을 저지르게 되는 사건을 통해 비정한 할리우드의 내면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 작품이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웃음과 비극을 적절히 섞어가며 이야기를 끌어간 와일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이다. 특히 왕년의 스타를 연기한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 4 대 3 풀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괜찮은 편이다. 무려 55년 전 작품인데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해 새삼 할리우드의 영상 ..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피터 그리너웨이(Peter Greenaway) 감독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The Draughtsman's Contract, 1982년)은 박상륭의 소설처럼 난해하다. 중세 영국 귀족의 저택에 초대받은 화가 네빌(앤서니 히긴스 Anthony Higgins)이 저택 그림을 그려주는 조건으로 백작부인 (재닛 수즈먼 Janet Suzman) 및 그의 딸과 잠자리를 갖는다. 모두 12장의 그림을 그리는 동안 백작(데이브 힐 Dave Hill)은 정원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사진 같은 그의 그림 속에 단서가 남는다. 여러 가지를 의심하던 화가에게 백작 부인은 상속자가 있어야 백작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와 잠자리를 했다는 사실을 실토한다. 모든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챈 화가는 그날 밤 귀족들에게 살해되..

헤드윅

존 카메론 미첼(John Cameron Mitchell) 감독의 '헤드윅'(Hedwig And The Angry Inch, 2000년)은 내용도 독특하지만 사운드트랙이 참 좋은 영화다. 성전환수술로 여자가 된 남자 헤드윅(존 카메론 미첼)이 이끄는 록밴드 이야기를 다룬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미첼이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았으며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간간히 등장하는 동성애 장면이 경우에 따라 거북할 수도 있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헤드윅이 무대 위에서 벌이는 동작과 자신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옮긴 가사가 더 충격적이다. 에밀리 허블리의 애니메이션을 섞은 영화는 독특한 내용과 더불어 스테픈 트레스크의 파워풀한 록 사운드가 결합돼 수많은 마니아를 낳았다. 애호가들 뿐..

인크레더블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만든 픽사의 신작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 2004년)은 특이하게 은퇴라는 영웅의 정신적 죽음을 다루고 있다. 온갖 이름의 슈퍼 영웅들을 주체할 수 없던 사람들은 급기야 '슈퍼 히어로 격리프로그램'을 마련해 급기야 영웅들을 모두 은퇴시켜 버린다. '미스터 인크레더블'로 불리던 밥 파(크레이그 넬슨 Craig T. Nelson)도 예외가 아니다. 은퇴한 지 15년 만에 그는 세상사람들로부터 완전히 잊힌 채 살아간다. 매일 보험회사에 출근해 업무 스트레스와 씨름하다 보니 배도 불쑥 나왔다. 이쯤 되면 영웅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가족을 만들어 퇴물 영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