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나를 책임져 알피

찰스 샤이어(Charles Shyer) 감독의 리메이크작 '나를 책임져, 알피'(Alfie, 2004년)는 패션잡지를 뜯어놓은 것처럼 영상이 현란한 영화다. 루이스 길버트(Lewis Gilbert) 감독이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을 주연으로 기용해 1966년에 만든 '알피'를 다시 제작한 이 작품은 원작과 차별화를 위해 스토리보다 볼거리에 중점을 뒀다. 따라서 이야기는 원작과 거의 같지만 배우나 컬러풀한 영상 등이 월등하게 뛰어나다. 내용은 뉴욕에서 리무진 운전기사로 살아가는 바람둥이 청년 알피(주드 로 Jude Law)가 여러 여자를 전전하다 홀로 남은 뒤 진정한 사랑과 삶의 의미에 대해 깨닫는 이야기다. 원작이 나온 1966년 당시에 여러 여자를 전전하며 임신까지 시키고 차버리는 내용이..

007 옥토퍼시

13번째 007 시리즈 '옥토퍼시'(Octopussy, 1983년)는 액션과 첩보가 적절히 결합돼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그만큼 볼거리와 액션이 많아 재미있고 이야기 진행도 흥미진진하다. 존 글렌(John Glen)이 감독한 이번 작품은 유럽에서 미군의 실수로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위장해 미군을 철수하게 만든 뒤 전쟁을 일으키려는 구 소련의 미치광이 장군을 막는 007(로저 무어 Roger Moore)의 활약을 다뤘다. 여기에 문어 문신을 갖고 있는 여성이 이끄는 집단이 가세하며 볼거리가 대폭 늘어난다. 개봉당시 007 역할을 은퇴한 숀 코네리가 다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번외작품 '네버세이 네버어게인'과 동시에 붙어 관심을 끌었는데 로저 무어의 '옥터퍼시'가 흥행과 비평에서 앞서며 승리했다..

예수의 마지막 유혹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1945년 이집트 나그 하마디에서 발견된 도마복음이나 보병궁복음서에 대한 얘기를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가 소설에 묘사한 예수의 수행과정과 예수가 십자가 사건 이후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자녀를 낳고 여생을 보낸 부분은 해당 문서들에 언급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며 고뇌한 예수를 소설 속에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으나 출판 후 숱한 논란에 휩싸이며 신성모독으로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당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지 않고 마리아와 결혼한 뒤 아이를 낳은 이야기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와 마가렛 스타버드의 신학연구서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1970년대 BBC방송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성배'와 여기 참..

어둠의 표적(Straw dogs)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유명작 'Straw dogs'(1971년)가 국내에는 '어둠의 표적'이라는 희한한 제목의 DVD 타이틀과 비디오테이프로 나왔다. 이 작품은 사회가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는 페킨파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미국에서 아내의 고향 영국으로 이사를 온 수학자 데이비드(더스틴 호프만 Dustin Hoffman)는 이방인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낯선 시선에 당혹스러워한다. 조용한 성격의 학자답게 그들과 잘 지내보려 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급기야 그는 마을 청년들의 꼬임에 속아 사냥을 나갔다가 사냥터에 혼자 남게 되고, 그 사이 데이비드의 집을 찾아간 청년들은 데이비드의 아내 에이미(수잔 조지 Susan George)를 윤간한다. 이를 모르는 데..

오페라의 유령

잘 알려진 원작을 토대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장점만큼 위험이 따른다. 널리 알려져 있어 익숙한 반면 사람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조엘 슈마허(Joel Schumacher) 감독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2004년)으로 아찔한 곡예사의 줄타기를 시도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관객을 흥분시키기에는 줄이 너무 느슨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유명한 뮤지컬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한정된 무대 위 이야기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영화로 옮겨 놓았다. 덕분에 뮤지컬에서 표현하기 힘든 공간들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살아났다. 거대한 기둥이 늘어선 사이로 물이 넘실거리는 오페라 극장의 지하 수로는 '반지의 제왕'의 지하 동굴처럼 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