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

007 시리즈 12번째 작품 '포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 1981년)는 기존의 화려하고 요란한 볼거리 위주에서 액션과 두뇌 싸움 위주의 본격 첩보물로 회귀한 작품이다. 내용은 침몰한 영국 첩보선에 들어있는 미사일 유도장치를 회수해 구 소련에 팔아먹으려는 그리스 악당과 이를 막는 007(로저 무어 Roger Moore)의 활약을 그렸다. '문레이커' 만큼 요란한 볼거리와 첨단 무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스키와 자동차 추격씬은 볼 만하다. 원작이 4편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어서 영화는 제목만 따왔다. 제목은 정부 비밀문서 첫머리에 쓰는 문구로 '당신만 보고 폐기하라'는 뜻. 감독은 존 글렌(John Glen)이 맡았으며 주제가는 유명 팝가수 시나 이스턴이 불렀다. 주제가는 영화와..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

폭력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 1974년)는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베스트 10 영화로 꼽아 관심을 끌었다. 박 감독은 이 영화를 가리켜 "페킨파의 진정한 걸작이자 컬트 중의 컬트, 보기 드물게 순수한 아트 필름"이라고 극찬했다. 박 감독뿐 아니라 쿠엔틴 타란티노, 오우삼 감독 등도 이 작품을 걸작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멕시코 갱 두목 제페(에밀리오 페르난데즈 Emilio Fernandez)는 딸을 임신시킨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에 1만 달러의 현상금을 건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이미 죽어서 장례를 치른 상태. 그때부터 죽은 가르시아의 목이 살아있는 사람 수십 명 목숨..

007 문레이커

루이스 길버트(Lewis Gilbert)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1번째 007 시리즈 '문레이커'(Moonraker, 1979년)는 007판 '스타워즈'다. 이번 작품에서 007(로저 무어 Roger Moore)은 전 세계를 돌며 활약하는 것도 모자라 우주공간으로 진출한다. 이번 작품은 우주 공간에서 독가스를 발사해 인류를 모두 죽이고 자신이 가려 뽑은 선남선녀들로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려는 사이코가 악당으로 등장한다. 이를 위해 악당이 선택한 도구는 바로 미국의 우주왕복선 문레이커. 007은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루, 이탈리아의 베니스 등에서 악당들을 뒤쫓다 급기야 우주로 날아올라 레이저총을 쏘아댄다. 내용은 황당하지만 오락 영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작품이다. 호버크래프트 기능을 지닌 곤돌라, 어뢰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코엔 형제는 그동안 작품들로 미뤄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냉소적이다. '파고' '레이디킬러' '밀러스 크로싱'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등 여러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죽을 고생을 하고, 아니 심지어 죽기까지 하면서도 늘 빈 손이다. 세상이 이들의 작품 같다면 참 살기 힘들 것 같다. 어찌 보면 머리 굴리지 말고 정직하게 살라는 얘기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선량한 사람들마저 골탕 먹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조엘 코엔(Joel Coen)이 감독하고 에단 코엔(Ethan Coen)이 함께 각본을 쓰고 제작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The Man Who Wasn't There, 2001년)도 마찬가지. 촌마을 이발사(빌리 밥 손튼 Billy Bob Thornton)가 어느 날 손님에..

빈 집

'빈 집'(2004년)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치고 퍽이나 얌전하다. 우선 피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잔혹하거나 가학적 장면도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섬'이나 '나쁜 남자'처럼 김기덕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도 예전 작품들처럼 범상치 않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태석(재희)은 빈 집만 골라다니며 마치 자기 집처럼 숙식을 하고 빨래까지 해주는 특이한 인물이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는 여자 선화(이승연)도 그를 따라다니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로 흔치 않은 캐릭터다. 이처럼 독특한 인물이 만나서 한 집에 유령처럼 동거를 하는 내용은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을 다루면서도 결코 현실 같지 않은 기이한 느낌을 주는 점이 김기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