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는 그동안 작품들로 미뤄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냉소적이다.
'파고' '레이디킬러' '밀러스 크로싱'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등 여러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죽을 고생을 하고, 아니 심지어 죽기까지 하면서도 늘 빈 손이다.
세상이 이들의 작품 같다면 참 살기 힘들 것 같다.
어찌 보면 머리 굴리지 말고 정직하게 살라는 얘기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선량한 사람들마저 골탕 먹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조엘 코엔(Joel Coen)이 감독하고 에단 코엔(Ethan Coen)이 함께 각본을 쓰고 제작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The Man Who Wasn't There, 2001년)도 마찬가지.
촌마을 이발사(빌리 밥 손튼 Billy Bob Thornton)가 어느 날 손님에게서 우연히 들은 사업에 꽂혀 자금을 마련하려고 머리를 굴리면서 세상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억울한 반전이 거듭되며 사건은 복잡해지고 결국 모든 사람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제로섬 싸움이 돼버린다.
코엔 형제는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이 작품을 허무한 스토리의 코미디가 아닌 누아르풍으로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컬러로 촬영해 흑백으로 상영하는 특이한 방법을 썼다.
그 결과 이 작품은 오래전 범죄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슬아슬한 긴장감보다 허무하고 안타까운 느낌이 더 크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한정판 DVD 타이틀은 재미있게도 극장 상영한 흑백판과 오리지널 컬러판이 2장의 디스크에 각각 수록돼 있다.
누아르풍 느낌은 임팩트가 강한 흑백 영상이 더 우러나지만, 컬러 영상은 나름대로 색상들이 풍기는 친근함과 은근한 맛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컬러판을 더 좋아한다.
화질은 무난하며 컬러판에 서라운드 효과가 좋은 DTS 음향이 들어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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