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빈 집

울프팩 2005. 4. 13. 14:23

'빈 집'(2004년)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치고 퍽이나 얌전하다.
우선 피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잔혹하거나 가학적 장면도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이나 '나쁜 남자'처럼 김기덕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도 예전 작품들처럼 범상치 않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태석(재희)은 빈 집만 골라다니며 마치 자기 집처럼 숙식을 하고 빨래까지 해주는 특이한 인물이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는 여자 선화(이승연)도 그를 따라다니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로 흔치 않은 캐릭터다.

이처럼 독특한 인물이 만나서 한 집에 유령처럼 동거를 하는 내용은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을 다루면서도 결코 현실 같지 않은 기이한 느낌을 주는 점이 김기덕의 장점이라면, 이 작품 역시 그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독특한 작품이다.

 

베니스 영화제도 여기 반해서 그에게 감독상을 안겨주었으리라.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샤프니스가 부족하며 암부디테일도 떨어지는 편.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를 느낄만한 부분이 많지 않다.

 

부록으로 김감독과 정성일 영화평론가가 함께하는 학구적 음성해설이 들어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태석(재희)은 BMW 오토바이를 타고 빈 집을 떠돌며 생활하는 특이한 인물이다. 극 중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은 김 감독이 대신했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는 선화(이승연)는 자기 집에서도 주인이 되지 못하고 늘 주변인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간다. 원래 선화 역할은 이미연에게도 제의했으나 그가 고사했다.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3-Iron'이다. 재희가 들고 다니며 연습하는 3번 아이언 골프채에서 연유한 것. 그는 골프공에 구멍을 뚫어 철사줄을 꿴 뒤 나무에 매어놓고 스윙 연습을 한다.
이 장면은 마치 오즈 야스지로의 다다미 쇼트를 연상케 한다. 그만큼 차분하고 편안하며 정적이다.
김감독 작품 속 경찰들은 대개 비열하고 폭압적이다. 김감독 자신이 경찰서에 끌려가 맞은 경험이 있어서 경찰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가학적인 장면. 골프공으로 상대를 가격하는 장면. 김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퍽이나 얌전한 폭력이다. 날아가는 골프공은 급조한 대형 새총으로 발사하며 촬영.
감옥에 간 태석은 그곳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180도 시야각 뒤로 숨어 유령이 되는 훈련을 한다.
이 작품의 상징적 장면. 눈을 그려 넣은 손바닥을 타인의 얼굴이라 가정하고 시야뒤로 숨는 연습을 하는 태석. 눈그림은 화가출신인 김감독이 직접 그렸다. 김감독은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 수상 때 손바닥에 눈을 그린 뒤 활짝 펼쳐 보이는 이색적 제스처로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태석은 출감뒤 선화의 집에서 남편 모르게 세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이색 동거를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작품은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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