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 1974년)는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베스트 10 영화로 꼽아 관심을 끌었다.
박 감독은 이 영화를 가리켜 "페킨파의 진정한 걸작이자 컬트 중의 컬트, 보기 드물게 순수한 아트 필름"이라고 극찬했다.
박 감독뿐 아니라 쿠엔틴 타란티노, 오우삼 감독 등도 이 작품을 걸작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멕시코 갱 두목 제페(에밀리오 페르난데즈 Emilio Fernandez)는 딸을 임신시킨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에 1만 달러의 현상금을 건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이미 죽어서 장례를 치른 상태.
그때부터 죽은 가르시아의 목이 살아있는 사람 수십 명 목숨을 빼앗는다.
이 작품 역시 샘 페킨파 감독 특유의 폭력 미학이 잘 살아있다.
그는 '와일드 번치' '철십자훈장' '겟어웨이' 등 일련의 작품에서 보여준 것처럼 총격전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슬로 모션으로 처리, 죽음의 순간을 오래도록 지켜보게 만든다.
총을 맞고 쓰러지는 사람들의 동작은 때로는 발레 같고 때로는 코믹하며 비장하다.
이 같은 장면들은 마치 죽음으로 치닫는 폭력을 미화하면서도 조롱하는 듯한 이중성을 갖는다.
그렇지만 샘 페킨파가 폭력의 미학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폭풍 같은 총격전이 끝나면 그 뒤에 남는 것은 뿌연 먼지 속에 깔리는 더할 수 없는 허무다.
'겟어웨이'를 제외하고 '와일드 번치' '철십자훈장'과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공수래공수거로 세상을 마감한다.
샘 페킨파는 이를 바라보며 그 뒤에서 폭력을, 이를 신봉하는 마초들을, 그들을 부리는 권력을 차갑게 비웃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샘 페킨파가 좋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별로 좋지 않다.
입자도 거칠고 B급 영화답게 일부 장면은 촬영 시 발생한 영상 왜곡 흔적까지 그대로 보인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
요란한 총격전이 나오는 만큼 서라운드 채널을 지원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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