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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국가부도의 날(블루레이)

울프팩 2019. 6. 4. 07:01

최국희 감독의 '국가부도의 날'(2018년)은 1997년 발생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다루고 있다.

가상의 상징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IMF 사태에 이르기까지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 준다.

 

특히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재정국 차관(조우진), 청와대 경제수석(김홍파), IMF 총재(뱅상 카셀) 등을 통해 IMF의 구제금융을 도입하게 된 배경과 이를 둘러싼 정책 대립을 다뤘다.

또 중소기업 사장 갑수(허진호), 금융인 윤정학(유아인) 등을 앞세워 IMF 사태로 극명하게 갈리는 사람들의 삶을 묘사했다.

 

최 감독은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워낙 중요한 IMF 사태라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다뤄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사적 사실을 너무 왜곡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은 사전에 외환 위기를 수 차례 경고하고 IMF 구제금융을 막으려고 했으나 대기업과 결탁한 정부가 나서서 이를 묵살하고 도입했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한은뿐 아니라 재정경제원 등 정부에서도 외환 위기를 경고하고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또 IMF 구제금융 신청도 정부보다 한은에서 먼저 꺼냈다.

 

아울러 IMF 구제금융을 무조건 피해야 할 악처럼 묘사했으나 부실 금융 정리, 기업의 재무 건전성 강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굳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를 만든 것은 극적 효과를 노린 드라마투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선악 대결의 명쾌한 이분법적 구도가 이해하기 쉽고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지나치게 스테레오 타입으로 묘사돼 현실감이 떨어진다.

 

일부 인물들은 종잡을 수 없는 감정 과잉으로 치달아 설득력이 떨어지고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재정국 차관은 무조건 재벌 편만 드는 출세 지상주의자로 나오고 금융인은 IMF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면서도 느닷없이 분노하고 슬퍼하며 비정상적으로 감정이 널을 뛴다.

 

이런 설정이 영화적 재미를 줄 수는 있으나 역사적 사실을 다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경우에 따라 보는 사람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비록 정부 기관명을 다르게 쓰고 가상 인물들을 내세워서 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하기는 했으나 당시 실제 뉴스 화면과 자막 등을 사용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즉 명칭만 다르게 쓴다고 해서 면죄부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비슷한 미국 영화 '빅 쇼트'와 비교된다.

아담 맥케이 감독이 만든 '빅 쇼트'는 2007년 전 세계를 강타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다뤘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IMF 사태보다 복잡한 배경을 갖고 있는데도 맥케이 감독은 적절한 비유와 자료 영상 등을 통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렇다고 사실을 바꾸거나 왜곡하지도 않았다.

 

'빅 쇼트'는 사실을 사실대로 살리며 극적 재미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교과서로 삼을 만한 명작이다.

그래서 '빅 쇼트'와 비교하면 한참 미치지 못하는 이 작품의 흠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깔끔한 윤곽선이 돋보이지만 의도적으로 탈색된 색감 때문에 오래된 영화처럼 보이며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리어 채널의 활용도가 높다.

 

부록으로 오효진 PD와 김혜수 유아인 조우진의 음성 해설, 제작 과정, 각 배우들의 촬영 영상, 음악과 캐릭터 설명, 제작진 인터뷰 등이 들어 있다.

각 영상들은 모두 HD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등장하는 자료 화면 중에 당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질투' 타이틀이 보인다. 최수종과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이 주연 배우였다.
시나리오를 쓴 엄성민 작가는 IMF 협상 당시 비공개로 운영된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한다.
IMF 구제금융 신청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YS는 뒷통수만 나온다.
여신을 설명하는 과정도 너무 단순하게 도식화했다. 여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닌데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이 장면은 폐교된 고교에서 촬영.
부도로 사라진 한보그룹 본사가 은마아파트 상가에 있었던 이유가 점쟁이의 말 때문이라고 나오는데 사실이다. 많은 기업들이 풍수지리를 따져서 지관들에게 건물의 위치나 출입구 방향, 회장 사무실 등을 결정했다.
IMF 구제금융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쉬워져 실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오지만 이미 1996년 국회에서 노동법이 날치기로 개정돼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의 법적 기준이 마련됐다.
전파상도 아닌 한은 사무실에 왜 저렇게 사용하지 않는 모니터와 비디오테이프가 많은 지 의문이다.
1997년 3월 한은의 정규영 국제부장이 외환위기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보고서를 냈다. 이후 재정경제원과 한은 등에서 무려 23차례나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려 외환위기에 대한 경고와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영화와 반대로 한은이 IMF에 구제금융 신청 제안을 먼저 했고 정부는 일본에 차관을 요청하거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다른 대안을 찾으며 IMF 협상을 최대한 미루려 했다.
IMF 사태로 많은 기업이 도산했으나 영화와 달리 대우그룹은 1999년 과도한 부채로 그룹 해체의 위기를 맞았다. 오히려 대우는 IMF 때 기아자동차 인수 등을 검토하다가 쌍용차를 가져갔다.
영화와 달리 한은의 팀장이 IMF 협상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영화 곳곳에 본질과 상관없는 페미니즘 시각이 반영됐다. 주인공이 여성인 것도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여성이라는 의도적 설정이다.
방이먹자골목에서 촬영. 우리는 1996년 12월에 선진국으로 대표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이듬해 IMF 사태로 경제위기를 맞았다.
김혜수는 극 중 검은색과 네이비 블루 등 두 벌의 정장을 입었는데 색 구별이 잘 안돼 한 벌로 보인다.
뱅상 카셀이 연기한 IMF 총재는 당시 미셀 캉드쉬 총재가 모델이다. 그러나 협상은 총재가 아닌 스탠리 피셔 당시 수석 부총재가 주도했다.
IMF는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돈을 각출해 만들었다. 따라서 지분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의 돈을 빌리는 국가에 각종 요구를 한다. 특히 지분이 가장 많은 미국 의도가 적극 반영된다. 그러니 미국이 IMF 협상에 참여하는 게 당연한데 영화는 잘못처럼 지적했다. 당시 티모시 가이트너재무부 차관보가 협상에 참여했다.
영화 특성상 로맨스가 없다보니 건조해 보인다. 한지민이 특별 출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국가부도의 날 : 디지팩 초회한정판 (2DISC)
최국희 / 김혜수(한시현), 유아인(윤정학), 허준호(갑수), 조우진(재정국차관), 뱅상카셀(IMF총재)
 
국가부도의날 (1Disc 풀슬립 Fullslip Limited Edition)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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