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블루레이)

울프팩 2011. 5. 7. 22:55

지난해 개봉작 중에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가 대어를 건진 기분이 든 작품이 '아저씨'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그 중에서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년)은 최고의 스릴러로 꼽을 만한 수작이다.

몇 사람 살지 않는 무도라는 작은 섬에서 벌어지는 은밀하고 기괴한 이야기가 핏빛 복수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묘사했다.
빈 틈 없이 들어맞는 이야기와 등허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찟한 영상은 공포물이 따로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언뜻보면 그악스런 섬사람들의 파행적인 삶을 다룬 것 처럼 보인지만 그 안에는 사회적 약자인 억눌린 자의 분노가 빚어낸 극한의 광기를 담고 있다.
특히 같은 여자이면서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피폐한 삶을 사는 여주인공을 오히려 더 핍박하는 마을 노파들의 모습 속에는 방관자로 머물고 마는 현대인의 초상이 숨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개인의 복수극을 떠나 파편화되고 이기적으로 변해버린 현대인을 비판하는 사회성 강한 작품이다.
10억 원 미만의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재미와 옹골찬 메시지까지 알차게 챙긴 장 감독의 연출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잔혹한 광경을 차분하게 필터링한 색감으로 잡아낸 영상도 훌륭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다.
착 가라앉은 색감이 잘 살아 있으며 암부 디테일로 훌륭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로 긴장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이 들어 있다.

안타까운 점은 블루레이의 경우 엔딩크레딧 시작 부분이 10여초 정도 잘렸다.
DVD 타이틀은 이상이 없는 점으로 봐서 블루레이 제작시 오류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이 타이틀이 소중하다.
회원으로 있는 AV동호회인 DVD프라임에서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제작한 첫 번째 블루레이 타이틀이고, 덕분에 참여 회원으로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몇 사람 살지 않는 무도라는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김복남을 연기한 서영희와 그의 친구 해원을 연기한 지성원.
마을 풍경은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집을 빌려서 촬영.
극중 무대인 무도라는 섬이 된 곳은 여수의 금오도이다.
놀랍도록 뛰어나면서도 섬뜩한 이 작품을 만든 장철수 감독은 그로테스크한 작품의 대가인 김기덕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영화의 전반부는 섬사람들의 파행적인 모습을 통해 공분을 자아낸다. 그 바람에 잔혹한 후반부를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김복남의 엽기적 살인 행각을 응원하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의 입장은 초반에 방관자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면 공범으로 바뀌게 된다.
별다른 기교없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금기시된 장면 하나만으로 섬뜩한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그러면서 영화는 시종일관 그로테스크한 영상의 향연이다. 사람을 덮고 있는 물체는 똥이 아니라 된장이다. 된장에도 여인의 한과 울분이 맺혀 있다.
주인공은 극중 누구도 용서하지 않는다. 살을 맞댄 가장 친한 친구에게 터뜨리는 분노는 보고도 못본 체한 방관자에 대한 분노다.
해가 떠오르는 바다, 노을 비낀 바위 절벽 등 중간 중간 등장하는 풍경은 처연할 정도로 아름답다.
노파 역의 배우들도 연기가 훌륭했다. 이들은 손을 다친 것도 참고, 땅에 파묻히는 수고를 마다않고 열심히 연기를 했단다.
영화가 성공하려면 악역이 악역다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악역을 연기한 박정학과 배성우의 연기가 좋았다.
인물을 양 끝에 배치해 와이드한 영상을 잘 살린 장면. 영화 속 공간이 그만큼 넓어 보인다.
역광을 배경으로 선 인물은 거대하면서도 위압적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직부감 샷과 극단적 앙각 등 일반 영화에서 흔치 않은 앵글들이 많이 쓰였다.
이 작품 최고의 명장면은 주인공이 칼을 핥는 장면이다. 천천히 혀가 칼날을 쓸고 올라갈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절로 진저리가 쳐진다. 이를 두세 차례 왕복하는 시간이 영겁처럼 길게 느껴지며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막판 장면은 폐파출소에서 촬영. 촬영은 김기태, 음악은 김태성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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