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기사는 팩트에 충실하다.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2010년)는 잘 쓴 기사 같다.
영화를 보노라면 이 감독이 개미, 통나무 등 발로 뛰며 공들여 취재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닌게 아니라, 특수전 전우회에서 총기나 칼의 파지법과 무술에 대해 아주 사실적으료 잘 묘사했다고 극찬을 할 만큼 영화는 리얼리티에 충실하다.
그만큼 영화는 사실적인 소재가 뒷받침하는 힘이 있다.
비록 영화 '레옹'과 설정이 비슷하지만 원빈이라는 꽃미남 스타가 보여주는 거침없는 액션은 레옹과 또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막판 엔딩에 몰아치는 숨막히는 칼부림은 그 자체만으로 박수를 받을 만큼 경이적인 합을 보여준다.
공들여 만든 액션극이 어떤 지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간간히 등장하는 유치한 대사가 촌스럽게 느껴지는 점이 옥의 티이다.
공들인 취재가 뒷받침하는 탄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 긴장감 넘치는 촬영 등이 모두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딱 떨어지는 깔끔한 샤프니스와 디테일이 발군.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묵직한 저음 덕에 총소리의 반향이 잘 살아난다.
특히 서벅서벅 칼로 베는 소리가 아주 섬찟하게 들릴 만큼 사운드 해상력이 좋다.
부록으로 감독과 원빈, 김희원의 해설, 감독과 이태윤 촬영감독 해설 등 2가지 음성해설, 제작과정, 액션 장면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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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느와르풍의 화끈한 액션을 보여준 작품.
이 감독은 원래 주인공으로 60대 남자, 그것도 기타노 다케시를 모델로 시나리오를 썼다. 그래야 묵직하고 진득한 액션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원빈으로 바꾼 덕에 622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원빈은 초반에 골프장에서 그물로 던져지는 장면을 와이어에 매달려 직접 연기했다.
영화는 소위 '통나무'라는 은어로 통하는 장기 밀매조직 등 끔찍하지만 실제 우리 사회 한 켠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소재로 다뤘다. 트렁크에서 발견된 효정의 사체는 배우를 석고 모형을 본떠서 만든 인형이다.
중국 흑사회가 어린아이들을 시켜서 마약을 나르게 하는 속칭 '개미'도 철저한 취재의 결과다. 빚을 진 부모한테서 빼앗아 온 아이들을 가둬놓는 만화방은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의 실제 만화방에서 촬영.
이 작품은 눈에 띄는 악역이 많이 보인다. 킬러를 연기한 외국배우 타나용은 실제로도 권총을 3정이나 갖고 있으며 틈틈히 사격을 즐긴다고 한다.
이 작품은 총기의 스프링 유격 소리를 들어서 성능을 파악하는 장면 등 사소한 부분도 사실적인 묘사를 놓치지 않았다. 그만큼 디테일에 강하다.
마약공장 세트도 꽤 공들여 만들어 그럴 듯 하다. 마약을 만들다 유해 가스에 질식돼 쓰러진 아이 역을 한 어린애는 촬영 중 실제로 잠들어 버렸단다.
초반 휴대폰 불빛만으로 촬영한 장면은 마스터 프라임렌즈를 사용. 이 렌즈는 라이터 불빛으로도 촬영이 가능하다.
경찰서 취조 장면은 부산 경찰서에서 촬영. CCTV에 기록된 영상은 필름 카메라가 아닌 캐논의 DSLR인 7D로 찍었다.
주류 창고 장면도 실제 주류 창고에서 스모그를 뿌려놓고 촬영.
이 작품은 액션극이면서 '살인의 추억'처럼 군데군데 서정적인 영상이 들어간다. 이 장면의 구름 등은 후반 작업에서 CG로 첨가했다.
노 형사를 연기한 이종필은 원래 감독이다. 류승완 감독처럼 연기도 곧잘 했다. 최근 장편 영화를 찍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이 잘 살았던 이유 중 하나는 악역들이 끔찍할 정도로 연기를 잘 했기 때문이다. 악역이 악랄할 수록 주인공의 폭력이 정당화되며 돋보인다.
조명도 참 잘 썼다. 원빈은 그늘에, 친구는 밝은 빛 속에 들어앉아 대비되는 장면은 한 프레임 안에서 빛이 갈리며, 서로 다른 심경을 조명 만으로 잘 묘사했다.
화장실의 직부감 샷은 파워팟이라는 지미 집 비슷한 크레인 카메라로 촬영. 제작진은 이 장면이 '본 얼티메이텀'과 유사하다는 소리가 나올까봐 우려했다고 한다.
일부 장면은 필터를 사용해 색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촬영.
악역 중에서도 김희원이 연기한 만석과 김성오가 연기한 종석 형제가 단연 돋보였다.
막판 터키탕 결투 장면은 액션의 백미를 보여준다.
특히 각종 무술을 섞은 1 대 다수의 대결 장면은 줌 렌즈를 사용해 빠르게 줌인과 줌아웃을 번갈아 사용하는 퀵 줌으로 촬영해 긴박감을 더했다.
심지어 현장감을 더 하기 위해 캐논 7D DSLR 카메라를 턱 부분에 부착한 헬맷을 만들어 사람이 쓰고 마치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을 하듯 대결 장면을 찍었다.
졸지에 고아가 된 소녀를 구하기 위해 킬러가 목숨을 내던지고 뛰어드는 설정 때문에 '레옹'에 비견된다.
문방구 장면은 군산에 위치한 실제 문방구에서 촬영.
여러 장면에서 옵티모라는 망원 렌즈를 사용해 촬영. 최대 290mm까지 줌을 당길 수 있는 이 렌즈는 인물의 특정 부위에만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포커스 아웃 시키는 극단적인 줌 촬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