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활약한 고영남 감독은 10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한 다작 감독이다.
총 제작편수가 105편이어서 임권택 감독보다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
그만그만한 대중 영화들을 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1981년 개봉한 '깊은 밤 갑자기'는 단연 그의 연출력이 빛나는 공포물이다.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의 공포를 기괴한 영상과 사이키델릭한 음악으로 잘 표현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적 정서란 무속신앙을 말한다.
내용은 부잣집 곤충학자(윤일봉)의 집에 어린 미옥(이기선)이 가정부로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다.
당연히 학자의 아내 선희(김영애)는 한 집에 사는 미옥을 질투하고 시기한다.
그러면서 미옥이 가져온 무당 인형을 둘러싼 사건이 벌어진다.
무속 신앙과 연계된 무당 인형을 공포의 소재로 활용하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인의 시기와 질투를 잘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성채처럼 고립된 집에서 가정부와 안주인 등 두 여자가 대립하는 기본 구조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떠올리게 한다.
높은 다락방을 이용한 장면 등 '하녀'를 참고했을 만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
기본 구조는 '하녀'와 흡사하지만 여러 장면 묘사에서 고 감독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거실을 내리찍은 부감샷과 누워 있는 장면, 만화경 장면 등을 자주 활용해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점이 특징이다.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다.
고인이 된 김영애가 한창때 미모를 뽐내며 강박에 시달리는 안주인 역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여기에 이기선 또한 과감한 노출과 섬뜩한 표정 연기로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이처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고 감독의 뛰어난 연출과 영상 등이 잘 어우러진 이 작품은 한국 공포영화에서 단연 손꼽을 만한 수작이다.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한다.
화질은 복원이 잘 돼서 비교적 좋은 편이다.
샤프니스가 높아서 윤곽선이 또렷하고 색상 또한 선명하다.
다만 화면 하단과 왼쪽 귀퉁이 등 일부분에 더러 미세하게 필름에 묻은 이물질이 간혹 보인다.
음향은 LPCM 2.0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정성일 평론가의 해설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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