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파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2002년)은 쉽게 보기 힘든 충격적인 영화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우선 내용이 아주 폭력적이고 거칠다.
지하보도에서 무차별 강간당한 뒤 폭행까지 당한 여자 친구(모니카 벨루치)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 나선 남자(뱅상 카셀)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강렬한 장면들이 마구 나온다.
붉은색 지하보도에서 벌어지는 9분가량의 강간과 폭력 장면은 여인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서 절로 몸서리 쳐진다.
여인의 복수를 위해 남자가 찾아간 곳은 하필 남성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게이 술집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폭력 장면 또한 처참하다.
남자는 팔이 꺾이고, 엉뚱하게 나선 다른 남성은 소화기로 맞아 얼굴이 두부처럼 으깨진다.
그야말로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고통스러운 장면의 연속이다.
감독은 이렇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시간의 역순으로 거꾸로 배치했다.
그래서 관객은 결말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봐야 하기 때문에 혼란스럽다.
이런 방법은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작품의 이해를 방해하기도 한다.
노에 감독은 영상을 역순으로 배치해 혼란과 함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종국에는 어지러웠던 퍼즐이 차례로 들어맞으며 거대한 그림을 형성하도록 했다.
이런 구성은 노에 감독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결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어서 완성된 그림을 봐도 기쁨이나 희열이 아닌 슬픔과 분노, 아픔을 느끼게 된다.
결국 영화는 실패한 복수를 이야기한다.
남자가 달려들어 시비를 건 사람은 강간범이 아닌 그의 지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생사 이면의 환희와 고통, 기쁨과 슬픔, 애정과 분노가 공존하고 때로는 언제 어떻게 이런 양가적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한다.
여기에 영상 또한 불편하기 그지없다.
들고 찍기로 촬영한 영상은 쉼 없이 흔들릴 뿐만 아니라 때로는 거칠게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그냥 보고 있으면 멀미가 날 정도로 영상이 불안정하다.
또 일부 장면은 정육점 불빛보다도 더 어두운 붉은 조명을 사용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와 더불어 낮고 거친 저음이 불안정하게 울리는 음악 또한 사람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지진의 파형과 동일한 주파수를 사용해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소리는 음악도 아니고 신음도 아닌 것이 낮게 울리는 고통스러운 비명처럼 들린다.
이 모든 불편함은 감독의 의도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폭력과 고통의 순간을 직시하게 만들어 주의를 환기시키는 장치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굳이 이런 방법밖에 없을까 싶다.
강렬한 영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지려는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고문을 당하는 불편함은 오히려 감독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사회성 있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선뜻 권하기 힘든 작품이다.
고통스러운 폭력에 대한 고찰이라는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추천한 사람 또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개봉 후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성기가 그대로 노출되는 장면과 진한 애정 행각들도 있어서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디테일이 떨어지고 입자가 거칠며 어두운 부분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슈퍼 16미리로 촬영해 35미리로 키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화질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좋은 화질을 기대하기 힘든 작품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거의 살아나지 않는다.
부록으로 모니카 벨루치 인터뷰와 제작 과정, 삭제 장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본편과 모니카 벨루치 인터뷰 부록의 한글 자막에 오자가 더러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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